EU, 러시아 추가 제재 최후통첩

입력 2014-09-01 03:23
유럽연합(EU)이 우크라이나 동부지역에 계속 군사개입 중인 러시아에 대해 당장 중단하지 않으면 1주일 내 제재안을 추가로 마련하겠다고 경고했다. 하지만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친(親)러시아 반군이 장악한 동부지역에 ‘국가지위(statehood)’를 부여하는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며 독립을 처음 거론했다.

헤르만 반롬푀이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31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EU 정상회의 뒤 기자회견에서 “현지에서 전개되는 상황을 볼 때 신속히 추가 제재를 위한 준비작업에 착수해야 한다”며 “1주일 내 제재안을 제시할 것을 EU 집행위원회에 요청했다”고 밝혔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도 “우크라이나 개입을 되돌릴 수 있는 1주일의 시간을 러시아에 주겠다”며 “그렇지 않으면 추가 제재를 맞게 될 것”이라고 가세했다. EU는 지난달에도 러시아 5개 은행의 유럽 금융시장 접근을 차단하는 경제제재를 발표한 바 있다.

EU의 추가 제재 결정은 페트로 포로셴코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러시아와의 ‘전면전 가능성’을 언급하며 도움을 요청한 게 효과를 발휘했다고 뉴욕타임스(NYT) 등이 보도했다. 포로셴코 대통령은 정상회의 전 조제 마누엘 바호주 EU 집행위원장과 만나 “우크라이나는 무력 침공과 테러의 피해자”라며 “우리는 다시 돌아오기 어려운 지점에 가까워졌다. 그 지점은 (러시아와의) 전면전”이라고 우려했다. 우크라이나 정부군 전투기 1대가 전날 동부에서 러시아산으로 추정되는 대공미사일에 격추된 것도 위기감을 고조시켰다.

미국은 EU 결정에 즉각 환영 입장을 밝혔다. 케이틀린 헤이든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대변인은 성명을 통해 “미국도 협조해 러시아에 책임을 묻겠다”며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에서 군 병력과 장비를 즉각 철수하고 분리주의 반군에 대한 지원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그러나 푸틴 대통령은 이날 러시아TV 제1채널에 나와 “우크라이나 남동부지역 주민의 법적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국가지위에 대한 실질적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간 친러 성향의 동남부 주민 보호에 주력해오던 데서 국가지위를 처음 언급하며 강수를 둔 것이다. 푸틴은 동부지역 군사 개입에 대해서도 “인도주의적 지원을 하고 있을 뿐 우크라이나 영토에 지상군을 투입하지 않았다”고 서방의 주장을 부인하고 있다. 이번 방송은 지난 29일 녹화된 것이라 이후 나온 EU의 추가 제재안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백민정 기자 min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