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초대형 광고물, 불법 알고도 버젓이… 현대차, 배짱인가 상술인가

입력 2014-09-01 03:24
서울 논현동 도산대로 페어토빌딩의 신형 쏘나타 광고(왼쪽). 역삼동 어반하이브빌딩의 신형 제네시스 광고.

현대자동차가 서울 강남 한복판에 대형 불법 광고 현수막을 무단 설치한 뒤 지방자치단체의 철거명령을 무시해 과태료 처분까지 받은 것으로 31일 확인됐다. 특히 지난 6월 행정처분을 받고도 최근 또다시 불법 광고물을 설치했다. 광고효과에 급급해 법을 무시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현대차는 지난 6월 14일 역삼동 교보타워사거리에서 벌집 모양의 어반하이브 건물에 대형 옥외광고물을 내걸었다. 신형 제네시스의 차체가 건물 상단을 떠받치는 듯한 그림으로 가로 25m, 세로 20m 크기의 반투명 현수막을 지상 17층짜리 건물 중앙부에 두른 것이었다.

현행법은 이런 광고를 허용하지 않는다. 당국의 허가 자체를 받을 수 없고, 무단으로 설치하면 최고 500만원의 과태료 처분을 받는다. 현대차는 제네시스 광고 현수막을 설치하면서 관할 기관인 서울 강남구에 허가나 신고 절차를 밟지 않았다.

광고업계의 한 관계자는 “어차피 과태료가 얼마 안 되니 불법이어도 과태료를 내고 막대한 광고효과를 노리자는 생각이었을 것”이라며 “그것도 가장 번화한 곳의 고층건물을 광고판으로 이용했다는 건 단속돼도 상관없다는 얘기 아니겠느냐”고 지적했다.

강남구는 현수막을 같은 달 26일까지 치우도록 시정명령을 내렸으나 현대차는 주말 이틀을 더 버텨 만 2주를 채웠다. 결국 옥외광고물 관리법, 질서위반행위 규제법 위반으로 과태료 500만원이 부과됐다.

그럼에도 현대차는 지난 16일 서울 논현동 가로수길 인근에 더 큰 옥외광고물을 내걸었다. 공룡이 LF쏘나타를 물고 있는 그림이 지상 14층 높이의 페이토빌딩 2개 면을 모두 덮었다. 가로 40m, 세로 35m로 제네시스 현수막의 배에 가까운 크기다. 이곳 역시 유동인구가 많아 단속반 눈을 피할 수 없는 지역이다.

강남구는 지난 22일 철거명령을 내렸지만 현대차는 이번에도 이행 시한인 25일까지 현수막을 그대로 뒀다. 구는 다시 과태료 500만원을 부과했다. 현대차는 29일 오전까지 철거하라는 최후통첩도 무시하다 지난번 광고처럼 만 2주를 채운 31일 현수막을 내렸다.

현대차는 이에 대해 “통상적으로 옥외광고 중개업체가 기본 검토를 다하고 제안하므로 불법인지 몰랐다”며 “앞으로 옥외광고는 신중히 검토하겠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한 차례 과태료를 낸 상황이어서 불법인지 몰랐다는 건 설득력이 떨어진다. 오히려 과태료 500만원을 내더라도 엄청난 광고효과를 누릴 수 있어 고의로 법을 어긴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LF쏘나타와 제네시스 옥외광고는 각각 2주간 740여만명에게 노출돼 광고당 4억원의 효과를 봤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제작·설치비를 감안해도 광고당 2억원 이상 남는 장사다.

강남구는 현대차에 대해 과태료 부과 이상의 조치를 검토 중이다. 구 도시계획과 관계자는 “법을 무시하는 부분에 대해 경찰 고발을 포함한 강력한 대처수단을 강구하겠다”고 말했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