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IS, 소셜 미디어에선 벌써 전쟁 개시

입력 2014-09-01 02:07
미국과 급진 수니파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가 소셜 미디어상에서 한판 붙었다. IS가 다양한 경로로 전 세계에 지하드(이슬람 성전) 참전을 홍보하자 미국이 이에 반격하는 모양새다. 미국이 보다 적극적으로 IS 사태에 개입해야 한다는 요구가 팽배한 가운데 '대(對)IS 전략 부재'를 시인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발언이 후폭풍에 휩싸였다.

◇"IS는 '온라인 지하드 3.0' 진행 중", 레바논 군인 참수 동영상 또 공개=AFP통신은 미 국무부 '대테러 커뮤니케이션 전략센터(CSCC)'가 사이버상에서 극단 이슬람 세력과 치열한 교전을 벌이고 있다고 3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 센터는 트위터나 페이스북의 영어·아랍어 계정을 통해 IS의 홍보전에 반격을 가하고 있다. IS 대원의 지하드 참전 독려 트윗에 반대하는 댓글을 달거나 IS를 나치에 빗댄 풍자 글과 사진 등을 유포하는 식이다.

미 정부의 대응에도 불구하고 '사이버 전장(戰場)'에서는 IS가 크게 우세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평가다. IS는 수십 개의 트위터 계정에서 7개 언어로 실시간 활동을 벌이고 있으며 전황과 전투 사진을 와츠앱, 인스타그램으로 공유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과거 오사마 빈라덴이 현대 지하디스트 프로파간다(선전활동) 1세대라면, IS는 '온라인 지하드 3.0'"이라고 평가했다.

IS는 30일에도 레바논 군인 알리 알사예드를 참수하는 모습이 담긴 동영상을 공개했다. IS와 시리아 반군 알누스라전선 등은 알누스라전선 고위 간부가 체포되자 이달 초 레바논 국경지역 아르살을 공격해 알리 알사예드 등 레바논 병사 19명을 생포했다. IS는 동영상에서 사흘 안에 IS 수감자들을 석방하지 않으면 다른 병사들도 죽이겠다고 협박했다.

◇"IS의 다음 공격대상은 서방이 될 것"=오바마 대통령이 28일 백악관 기자회견에서 IS의 본거지 시리아에 대한 공습계획을 묻는 질문에 "아직 전략이 없다"고 답해 거센 비난에 직면하고 있다. 미국의 '무기력한 리더십'을 여실히 보여줘 중동의 동맹·우방들과의 협력까지도 무산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워싱턴포스트(WP)는 29일 사설을 통해 "그는 임기 내내 미국이 무엇을 할 수 없고 할 여유도 없다는 걸 설명하는 데 탁월했다"고 꼬집었다. NYT도 30일 공화당 내 강경파인 존 매케인(애리조나)과 린제이 그레이엄(사우스캐롤라이나) 상원의원의 공동기고문을 실었다. 이들은 "IS의 위협에 정면으로 맞서야 한다. 체계적인 전략과 대통령의 리더십, 훨씬 강도 높은 경각심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IS의 다음 공격대상이 서방이 될 것이라는 압둘라 빈 압둘아지즈 사우디아라비아 국왕의 언급도 백악관의 '미지근한' 대응에 대한 경고 성격이 짙다. 압둘라 국왕은 전날 미국대사를 비롯한 신임 대사들과 만나 "우리가 무시한다면 IS는 유럽에는 한 달 안에, 미국에는 그다음 달에 도달할 것"이라며 "대응이 없다는 것을 우리가 받아들여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워싱턴=배병우 특파원, 정건희 기자 bwb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