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여대 전혜정(65) 총장은 지난 5월 교육부에서 실시하는 대학 특성화 사업(CK) 발표심사 면접장에서 면접관들의 날선 비판을 마주했다. 특성화지원사업은 대학의 체질 개선을 유도하기 위해 교육부가 추진하는 사업이다. 면접관들은 “대학가 경쟁이 치열한데도 서울여대는 특별한 구조조정도 하지 않았다” “눈에 띄는 것 없는 사업계획서로 특성화 사업 지원을 받을 자격이 있겠느냐”며 몰아붙였다. 전 총장은 “53년의 역사 속에서 이뤄낸 재학생들의 올바른 인성교육이 우리 학교의 자랑”이라고 답했다. 인성교육은 수량화할 수도 없고 화려한 계획서로 표현되지도 않지만, 대학의 본질적인 영역이며 포기할 수 없는 가치라는 반론이었다.
서울여대는 면접 이후 ‘사회기여형 정보보호 여성인재(CES+) 양성사업’, ‘미래안전식품 F-Cube 인재양성사업’ 등 5개 사업단에 선정돼 향후 5년간 90억원을 지원받게 됐다. 수도권 대학 2위이자, 여대 1위의 실적이다. 교육부가 내실 있는 학부교육을 시행하는 대학을 선정해 4년 단위로 지원하는 학부교육선도대학(ACE) 사업에서도 2기 연속 선정됐다. 여대 중에는 유일하다. ACE 사업 선정으로 2010년부터 2017년까지 정부로부터 지원받는 금액이 184억원이다. 전 총장이 강조하는 인성교육이 대내외적으로 결실을 보고 있는 것이다.
전 총장의 별명은 ‘울보’다. 하나님의 뜻에 비춰 제대로 일이 이뤄지지 않으면 자신도 모르게 눈물이 난다고 한다. 주변의 어려운 학생들을 지나치지 않고 도왔던 이유이기도 하다. 2010년에는 한 여학생이 “미국에서 6개월의 인턴 기회가 있는데 돈이 없어 가지 못한다”며 우는 것을 보고 선뜻 사비를 털어 돈을 빌려줬다. 그 학생은 매일 인턴 근무가 끝나면 새벽까지 아르바이트를 한 뒤 귀국하자마자 돈을 갚았다. 전 총장은 “지금 그 학생은 성공한 대기업의 디자이너가 됐다”고 말했다.
전 총장이 처음부터 신앙생활을 했던 것은 아니다. 교회 장로였던 친구 부모의 친절함이 계기였다. ‘이들은 왜 이렇게 사랑을 베풀까’라는 의문이 전 총장을 교회로 이끌었다.
전 총장은 자신의 신앙적 전환기로 위암이 찾아온 2000년을 얘기한다. 아픈 가운데서 “이래도 죽는 것이고 저래도 죽는 것인데 지금 죽는 것이라면 순종하겠다”는 각오를 지녔다고 한다. 하지만 기적적으로 완쾌돼 전교생 8000여명의 서울여대에서 복음을 전파하는 사역을 할 수 있었다. 그는 지금도 총장실에 1평 남짓한 좁은 기도실을 만들고 아침 일찍 출근해 기도와 묵상으로 하루를 시작하고 있다.
김동우 기자 love@kmib.co.kr
인성교육 결실 거두는 ‘울보 총장’
입력 2014-09-01 03: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