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이번 정기국회마저 개점휴업 해선 안 된다

입력 2014-09-01 03:50
정기국회가 1일 개회한다. 정기국회의 중요성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100일간 회기로 열리는 정기국회는 내년 나라살림을 심의·의결하고 지난해 국가 예산이 꼭 필요한 곳에 잘 쓰였는지 감시하는 가장 중요한 국회다. 그리고 회기 중에 열리는 국정감사는 정기국회의 꽃으로 불린다. 정기국회는 입법부만이 갖고 있는 국정감사권과 예산 심의·의결권을 행사하는 유일한 장이다. 역대 야당이 숱하게 임시국회는 거부하면서도 정기국회만은 끝내 포기하지 않은 이유다. 장외투쟁 중인 새정치민주연합이 개회식에 참석키로 하면서 국회에 한 발을 걸친 이면에는 이런 속사정이 자리하고 있다.

개회식 참석은 ‘막가파식’ 야당의 장외투쟁에 비판적인 여론이 더 악화될 것을 우려해 나온 고육책에 불과하다. 개회식 이후 여야 간에 합의된 의사일정이 하나도 없다는 게 그 반증이다. 정기국회도 개회식만 열고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불임국회로 전락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새정치연합은 세월호 특별법과 민생·개혁 법안을 분리하는 결단을 내릴 때가 됐다. 장외투쟁은 지난 토요일 광화문 집회로 족하다. 중앙당 차원의 행사임에도 참석 인원이 고작 1000여명에 불과할 정도로 장외투쟁은 이미 동력을 잃었다. ‘유민 아빠’ 김영오씨가 단식을 중단한 데 이어 세월호 유족들마저 국회로 들어가라고 하는데 장외투쟁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는 이유를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 더욱이 정기국회 회기 중에 대여 협상을 책임진 박영선 원내대표가 진도 팽목항에서 서울까지 도보 행진을 추진하고 있다는 보도도 있다. 사실이라면 무책임한 것으로 원내대표 자격이 없다. 최근 잇따라 발표된 여론조사에서 새정치연합 지지율이 급전직하한 이유를 야당만 모르는 것 같아 안타깝다.

행여 특별법을 새정치연합의 전리품으로 삼을 생각이면 풀릴 일도 안 풀린다. 새정치연합은 자신들 주도로 특별법이 제정돼야 한다는 압박감에 사로잡혀 있다. 그래서 지금 한창 진행 중인 새누리당과 유족 간 대화가 탐탁지 않은 것이다. 새누리당·유족 대화에 힘을 실어주지는 못할망정 줄기차게 3자 협의체 구성을 요구하는 것도 자신들이 배제된 채 합의가 이뤄질 경우 야당의 존재감을 잃을지 모른다는 위기의식이 작용해서다. 두 번이나 합의를 파기한 새정치연합이 새누리당에 3자 협의체 구성을 요구하는 건 어불성설이다.

새누리당과 세월호 유족 대표들이 1일 세 번째 만난다. 지난 두 번의 만남을 통해 탐색전은 끝났다고 본다. 새누리당은 유족들 편에 서서, 유족들은 국정을 책임진 새누리당 입장에서 대화에 임한다면 풀지 못할 매듭이 없다. 여야가 세월호 참사의 진상을 규명하겠다고 구성한 국회 국정조사특별위원회는 파행을 거듭한 끝에 청문회 한 번 열지 못하고 문을 닫았다. 자칫 정기국회도 세월호 국조특위 전철을 밟을 가능성이 매우 농후하다. 정기국회마저 특별법의 볼모가 되는 일은 결단코 없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