黨 “정부가 나서라”-政 “당이 주도해야”… 공무원연금 개혁 놓고 갈등

입력 2014-09-01 03:27
메가톤급 폭발력을 지닌 공무원연금 개혁을 놓고 여권 내부에서 갈등 양상이 표출되고 있다. 개혁 방향과 필요성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다. 하지만 개혁의 칼자루를 누가 쥘지에 대해 입장 차가 뚜렷하다. "새누리당이 주도해야 한다"는 주장과 "정부가 나서야 한다"는 입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새누리당과 정부 모두 '뜨거운 감자'를 서로 상대방이 맡아주기를 바라는 기색이 역력하다.

◇공무원연금 수술 필요성에는 당정이 공감=여권 내부에서는 현행 공무원연금 제도에 대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부정적 인식이 팽배하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올해 공무원연금 적자를 메우기 위해 정부가 쏟아 부어야 할 혈세가 2조4854억원이라고 분석했다. 이 액수가 2023년에 가서는 8조5801억원으로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으로 전망됐다. 올해부터 10년 동안 국민들의 세금으로 메워야 하는 적자는 53조원이 넘는 것으로 추산됐다. 그러다 보니 공무원연금에 메스를 대야 한다는 주장에 이견이 나올 수 없는 상황이다.

시기적으로도 딱 맞아 떨어진다. 공무원연금을 개혁하려면 100만명이 넘는 공무원들의 반발이 불가피하다. 전국공무원노조와의 한판 승부도 피할 수 없다.

하지만 2016년 4월 총선거까지 앞으로 20개월 동안 선거가 없기 때문에 ‘궂은일’을 하기에 가장 적당한 시점이다. 그래서 공무원연금 개혁의 ‘골든타임’이라는 말까지 나온다.

개혁 방향에도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공무원연금의 지급액을 국민연금 수준으로 낮추되, 퇴직금을 현행보다 올리는 방안이 유력하다.

올해 안에 공무원연금 개혁이 이뤄지는 것이 여권의 희망사항이다. 이에 따라 당정은 9월 정기국회에서 이 문제를 적극 논의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여권 내부서 ‘개혁 주체’ 놓고 갈등 양상=공무원연금 개혁은 하반기 정국의 최대 화약고다. 잘못 건드렸다가는 어느 정도까지 폭발할지 짐작조차 쉽지 않다. 여권 내부에서는 조마조마한 심정으로 이 문제를 다루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새누리당은 당내 경제혁신특별위원회 공적연금개혁분과를 중심으로 이미 공무원연금 개혁안을 완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언제, 어떤 형식으로 발표할 것인지에 대해 기약이 없다. 9월 5일 열릴 예정이었던 공무원연금 개혁 공청회도 날짜를 잡지 못한 채 무기한 연기됐다.

여권은 ‘정부와 새누리당 중 누가 공무원연금 개혁을 밀어붙여야 하느냐’는 질문에 통일된 답을 내놓지 못한 채 대립 양상을 보이고 있다.

정부 고위 당국자는 31일 “입법권을 갖고 있고 행정부 견제 역할을 하는 국회에서 추진하는 것이 맞다”며 “새누리당이 앞장서야 추진력도 있다”고 말했다. 정부 차원에서 추진할 경우 구성원인 공무원 조직의 반발이 불을 보듯 뻔하기 때문에 추진력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논리다. 주무 부처인 안전행정부도 새누리당이 나서주기를 은근히 기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제혁신특위 위원장인 새누리당 이한구 의원은 “공무원연금 개혁을 정부에 맡기면 ‘셀프 개혁’밖에 안 되기 때문에 민간 전문가들을 참여시켜 당이 주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새누리당 대부분 인사는 반대 입장이다. 안행부가 정치적 책임을 피하기 위해 ‘안전핀 뽑힌 수류탄’을 새누리당에 넘긴다는 반발도 당내에서 터져 나온다. 이 일을 맡는 순간 표를 호소해야 할 새누리당이 전체 공무원들의 적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쏟아진다.

공무원 조직이 이른바 ‘관피아(관료+마피아)’ 척결 드라이브로 현 정부에 고분고분하지 않다는 분석도 부담스럽다.

새누리당의 한 의원은 “공무원연금을 개혁하자고 나서면 100만 공무원에다 가족까지 고려할 때 400만명으로부터 공격받는 것은 피할 수 없다”면서 “새누리당이 총선에서 패하면 여권이 공멸하는 것인데 정부가 사태의 심각성을 모르고 있다”고 불만을 표시했다.

당·정·청 회동에서도 이 같은 신경전은 계속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공무원들의 거센 반발이 불 보듯 뻔한 상태에서 여권이 단합하지 않으면 공무원연금 개혁은 물 건너갈 것이라는 우려가 높다.

하윤해 권지혜 기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