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자씨] 용설란 단상(斷想)

입력 2014-09-01 03:41

100년에 한 번 핀다는 용설란 꽃을 제주의 한 식물원에서 보았다. 서정주의 시 구절 “한 송이의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봄부터 소쩍새는 그렇게 울었나보다”도 용설란 앞에는 무안하다. 차라리 “천 번을 불러 봐도 내 눈에 눈물이 멈추지 않는 것은 십자가의 그 사랑…”이라는 찬양이 어울릴 듯싶다.

주님은 죄인 중에 괴수인 우리를 구원하시기 위해 100년이 아니라 창세전부터 계획하셨고 기다리고 또 기다리셨다. 100년에 한 번 핀다는 용설란은 그냥 피어나는 것이 아니다. 이나명의 시처럼 “제 목구멍에 가득한 말들을 뱉어내고 싶은 심정 꾹꾹 누르고 참아내고 있는 꽃의 인내”라는 표현이 적격인 듯하다.

주님을 따르는 발걸음은 인내의 꽃을 피워야 한다. 시인 김소연은 “꽃은 그냥 피어나는 것은 아닙니다. 꽃이 피기 위해서는 햇빛과 물과 공기가 있어야 하듯이”라고 했다.

100년에 한 번 피는 꽃은 사명을 다하고는 죽는다. 오세영은 시에서 “사랑의 길이 어두워져 육신을 태워 불 밝히려는 자 있거든 한 송이 연꽃을 보여 주라”고 했다. 그러나 연꽃이라 할지라도 용설란 앞에선 명함조차 못 내민다.

용설란 꽃에는 끝까지 참으시는 주님의 메시지가 들어 있다. “그의 소리가 온 땅에 통하고”(시 19:4)라는 말씀처럼 꽃이라는 자연계시 속에도 하나님의 메시지가 들어 있는 것이다.

권순웅 목사(동탄 주다산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