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이영양증 앓는 ‘휠체어 럭비 선수’앤드루 킴 “근육 움직일 때가 내겐 가장 소중한 시간”

입력 2014-09-01 03:21
근육위축 장애를 안고 있는 한국계 앤드루 킴(25)이 지난달 23일 호주 뉴사우스웨일스 블랙타운에 있는 실내경기장에서 휠체어 스포츠의 즐거움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지난달 23일 오후 호주 뉴사우스웨일스 블랙타운의 한 실내경기장. 휠체어를 탄 장애인들이 6대 6으로 ‘휠체어 럭비’를 하고 있었다. 휠체어가 서로 부딪히며 열기를 더해갈수록 선수들의 얼굴도 붉게 상기됐다. 하지만 입가에는 웃음이 떠나지 않았다.

이곳에는 한국계 앤드루 킴(25)도 선수로 뛰고 있다. 태어날 때부터 근이영양증이라는 퇴행성 근육위축 장애를 안고 있는 앤드루는 부모가 모두 한국인으로 호주에서 태어났다. 쌍둥이 동생 제임스 킴(25) 역시 형과 같은 장애인으로 휠체어 스포츠를 함께 즐기는 멤버다. 앤드루는 증세가 점점 심해지면서 10년 전부터 휠체어에 의지하고 있다.

하지만 삶에 대한 의지는 꺾이지 않았다. 2006년부터 매주 토요일이면 어김없이 경기장에 나와 동료들과 럭비와 축구, 하키 등 다양한 스포츠 활동을 한다. 하키팀에서는 주장을 맡기도 했다. 앤드루는 “전에는 집에서 TV만 봤는데 운동을 시작하면서 일상생활이 달라졌다”며 “몸을 많이 움직일 수 있고 친구도 만날 수 있어서 운동할 때가 내겐 가장 소중한 시간”이라고 말했다. 부상 위험에 대해서는 “잘 넘어지곤 하지만 다치지는 않는다. 장애인들도 마음껏 즐길 수 있는, 생각보다 안전한 스포츠가 많다”며 환하게 웃었다.

집에서 차로 30분 정도 걸리는 경기장에 올 때는 장애인 택시를 주로 이용한다. 정부가 지급하는 바우처와 장애인 할인을 활용하면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다고 한다. 경기장은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사용하지만 토요일에는 휠체어 경기 전용으로 지정돼 있다. 장애인들이 매주 마음껏 운동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정부의 배려다.

장애인 럭비 리그의 경우 매년 2∼8월 사이 열린다. 경기 방식은 기존 럭비와 다르다. 경기에는 공이 사용되지 않는다. 패스를 할 경우 같은 팀 선수의 등번호를 크게 부르면 패스를 한 것으로 간주된다. 패스는 본인보다 뒤에 있는 사람에게만 할 수 있다. 전동휠체어와 수동휠체어를 쓰는 장애인의 체력 소모가 다른 점을 감안해 수동휠체어 선수는 6명 중 3명을 넘지 못하도록 했다.

럭비 시즌이 끝나면 이번엔 장애인 하키와 축구 리그가 시작된다. 이 경기장에서는 현재 휠체어 럭비 8개팀, 축구와 하키 각각 4개팀에서 50∼60명의 장애인들이 경기에 참여하고 있다.

시드니=글·사진 백상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