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장님, 좀 도와주세요. 산모 가슴이 이상해요. 제왕절개 수술로 분만을 한 지 사흘이 지났는데, 가슴에 덩어리 같은 것이 튀어나와 있어요. 꼭 둘리 얼굴처럼 군데군데 툭툭 튀어나왔어요.” 서울의 한 대학병원 산부인과에서 전화 연락을 받고 이금재 원장이 산모를 만나러 달려갔을 때 산모는 잔뜩 겁먹은 얼굴을 하고 있었다. 정확한 진단을 내릴 수는 없지만 이 원장은 일단 가슴을 조금씩 마사지했다. 주님을 대하듯 온 정성을 쏟았다. 마사지를 시작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다행히 튀어나온 덩어리들이 조금씩 움직이기 시작했다. 산모는 병원에 있는 사흘 외에도 1주일 정도 이 원장이 운영하는 상담실에서 관리를 받았다. 둘리 얼굴을 한 덩어리들이 풀렸고, 마침내 아기는 엄마 젖을 힘차게 빨았다. 그리고 15개월 완모(완전 모유 수유)에 성공했다.
지난 26일 서울 양천구의 OK모유육아클럽 상담실에서 만난 이금재(62) 원장이 들려준 이야기다. 그는 이렇게 매일 산모들을 만난다. 정확히 말하면 출산하고 모유 수유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 아기 엄마들이다. 한 달에 150여명의 엄마에게 이 원장은 최고의 모유를 먹이는 기쁨을 선물한다.
30년 넘게 간호사, 조산사, 모유 수유 전문가로 살아온 이 원장은 3년 전 OK모유육아클럽을 설립했다. 자연주의 육아법 지향을 목표로 모유육아 상담실과 개인 아기 수영장·풍욕장 등을 갖췄다. 또 모유육아 전문가 교육 및 양성에도 힘쓰고 있다.
“피곤하거나 힘들지 않아요. 비결이 뭐냐고 물으신다면 기도와 다짐입니다. 새벽마다 제 손을 거쳐간 아기와 산모들이 하나님 안에서 모두 건강하게 잘 지내기를 기도합니다. 그리고 아침마다 집 근처 강변에 가서 유유히 흐르는 한강을 바라보며 어려웠던 시절을 떠올리며 주님의 음성을 되새깁니다. ‘잠잠하라, 요동치 마라, 기다리라.’ 그렇게 매 순간 다짐하니 욕심이 나지 않아요. 제가 욕심 때문에 완전히 망했었거든요. 그래서 사훈도 ‘하나님이 주신 순리대로 살자’입니다.”
IMF 시절 이 원장은 병원을 그만두고 퇴직금을 털어 경기도 부천에 826㎡(250평) 규모로 산후조리원을 설립했다. 숙련된 조산사에 산부인과 간호과장을 지냈으니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자신했다. 그러나 이 원장은 7년 만에 쫄딱 망했다. 전 재산뿐 아니라 건강까지 잃고 조리원을 접었다.
“사업 실패로 생명줄을 놓는다는 사람의 마음을 처음으로 이해하게 됐습니다. 자존심 명예 신용이 죄다 바닥으로 떨어지고 나서야 저 자신을 제대로 볼 수 있었지요. 부둥켜안고 있던 것을 모두 내려놓았습니다. 그러자 하나님이 손을 잡아주셨습니다.”
2005년 지인의 소개로 밤 근무만 하는 산부인과 병원 야간 당직자로 취직했다. 그렇게 처음부터 다시 시작했다. “목회자였던 남편을 일찍 보내고 어떻게든 살아보려고 발버둥쳤습니다. 어린 두 자녀에게 엄마가 왜 밤에 나가서 일해야 하는지를 잘 설명해줬고요. 아이들은 밤새 무섭지만 참고 견디더라고요. 그렇게 3개월을 근무했을까, 병원 원장님이 제 경력을 보더니 간호과장을 제의하시더라고요. 다행히 밤 근무에서 벗어날 수 있었습니다.”
하나님께서 주신 기회라 생각하고 맡은 일에 최선을 다했다. 산모가 필요로 하는 게 무엇인지를 파악하고 공부했다. 그러다 새로운 사실을 깨달았다. 출산준비 교육보다 더 중요한 게 모유 육아라는 것을. “산모들이 대부분 출산 후 모유 수유를 시작하는데, 젖몸살을 심하게 앓는 등 그 고통이 이루 말할 수 없어요. 엄마들의 가슴은 다 다르고, 아이들의 젖 빠는 스타일도 다릅니다. 일관성 없는 수유 지도로 인해 산모들은 힘들어하고 차라리 모유 수유를 포기하는 일들이 많아지더라고요. 아기는 울고, 산모도 울고, 그 옆에서 도와주는 간호사도 울고. 그래서 모유 수유에 관심을 갖게 됐습니다.”
우연히 TV를 통해 일본 오케타니 모유육아 상담실에서 관리 받는 산모들의 행복한 얼굴을 보았다. 상담실에서 유방 관리를 받고 편안하게 모유 수유를 하고 있었다. 고통스러워하는 우리나라 산모들과의 대조적인 모습에 이 원장은 충격을 받았다. 평소 모유 수유에 관심이 많았던 산부인과 간호과장들과 일본 오케타니 모유육아 상담실을 찾았다. 그러나 일본 전문가들은 기술 노출을 극도로 꺼렸다. 결국 비싼 로열티를 내고 1년 과정의 오케타니 아카데미를 수강했다. 2005년부터 2012년까지 오케타니 산후조리원을 운영했다.
모유 수유를 위해 받는 마사지는 고통스럽다는 게 일반적인 견해다. 하지만 오케타니식 마사지는 무통이다. 젖몸살로 밤새 몸부림치던 산모들이 이 원장의 손만 거치면 쾌통을 느꼈다. 오죽하면 마사지를 받다가 산모들이 잠에 빠져들까.
“모유는 하나님께서 인간에게 주신 최초의 음식이고, 완전한 식품입니다. 모유는 아기들의 면역력을 높여주고 두뇌 발달과 정서 안정에도 매우 좋습니다. 가슴은 왜 심장 근처에 있을까요? 엄마는 왜 그 가슴으로 아기에게 모유를 주는 걸까요? 그곳에 엄마의 사랑이 있기 때문입니다. 하나님이 우리를 그렇게 만드셨습니다.” 이 원장은 하나님의 창조 섭리를 편안히 누릴 수 있도록 돕는 아기 엄마들의 섬김이였다.
이금재 원장은
△1954년 경기도 가평 출생 △73년 국립의료원 간호전문대학 졸업 △간호사·조산사·미국 간호사( NCLEX RN) 면허취득 △2005년 오케타니 아카데미 졸업 △현 중국 유에즈시시 산후조리원연맹 기술고문 △한국 오케타니협회 1·2대 회장 역임 △현 OK모유육아클럽 원장
노희경 기자 hkroh@kmib.co.kr
[기독여성CEO 열전] (33) OK모유육아클럽 이금재 원장
입력 2014-09-01 03: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