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여성 건축가 지하 하디드가 설계한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그녀보다 100년 앞선 시대를 살다 간 혁신적인 여성 샤넬을 소개하게 돼 기쁩니다.”
‘장소의 정신’을 주제로 열리는 ‘문화 샤넬전’의 큐레이터 장 루이 프로망은 지난 29일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 살림터 D2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장소에 대한 만족감을 표시했다. 그는 “이 건물이 한국에서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는 사실을 더욱 매력적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는 프랑스 디자이너 가브리엘 샤넬(1883∼1971)이 혁명적인 디자인으로 당시 패션계에 불러 일으켰던 센세이션과 만나는 지점이 있다고 여기기 때문이리라.
샤넬은 남성의 속옷 소재였던 저지와 슈트 소재인 트위드를 여성복에 처음 도입했다. 활동성을 강조한 디자인의 여성복을 선보여 코르셋과 패티코트에서 여성들을 해방시킨 것도 샤넬이다. 요즘도 사랑받는 샤넬 №5는 샤넬이 만든 세계 최초의 배합향수이다.
이번 전시는 샤넬이 어린 시절을 보냈던 프랑스 교외의 오바진 고아원, 그녀가 패션 디자이너로 성공한 파리, 아방가르드 예술가들과 교분을 나눴던 이탈리아 베니스 등 그의 인생에서 특별한 의미를 지닌 장소들이 샤넬의 패션 작업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조명한다. 10개 섹션으로 나뉜 전시실에는 샤넬의 패션, 주얼리, 시계, 향수 등의 창작품들과 함께 500점 이상의 다양한 사진, 책, 오브제, 원고, 기록, 예술 작품들이 소개된다.
프로망은 2007년 러시아 모스크바의 푸시킨미술관, 2011년 중국 상하이 현대미술관과 베이징 국립예술미술관, 2013년 광저우 오페라하우스와 프랑스 파리의 팔레 드 도쿄에서 같은 주제로 전시회를 성공적으로 치러냈다. 이번 전시 도시로 서울을 선택한 것에 대해 그는 “유럽보다는 아시아에 덜 알려져 있는 샤넬 하우스에 대해 알리고 싶었기 때문”이라며 “샤넬의 창조 원천을 보여주고 싶다”고 했다.
“이번에 소개되는 공간은 샤넬의 낭만적 만남과 관련된 곳들입니다. 그녀의 사랑의 지도를 그려보면서 이 위대한 디자이너의 은밀한 삶과 그 우여곡절을 돌아보게 해주죠.”
프로망은 1921년부터 죽을 때까지 샤넬이 살았던 파리 깡봉가의 아파트 분위기를 그대로 옮겨 오고 싶어 앞선 전시회보다 조도를 낮춰 친밀하면서도 신비스럽고 감각적인 분위기를 조성했다고 말했다. 그는 “전시회장에 한국의 아름다운 도자기도 한 점 놓여 있으니 찾아보라”며 하하 웃었다. ‘장소의 정신’은 10월 5일까지 DDP의 M3에서 일반에 공개된다. 관람료는 무료다.
김혜림 선임기자 mskim@kmib.co.kr
“디자이너 샤넬의 삶 DDP에서 만나세요”
입력 2014-09-01 03: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