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침공에 대응”… 우크라이나 나토 가입 추진

입력 2014-08-30 05:15
우크라이나가 러시아군의 국경 침입에 맞서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가입을 추진하겠다고 밝혀 러시아의 반발이 예상된다. 여기에 징병제 부활을 검토하고 국제사회 지원도 요청했다. 미국이 러시아에 대한 추가 제재를 경고한 상황에서 두 나라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격돌했다.

◇나토 가입 재추진, 나토는 러시아군 위성사진 공개=아르세니 야체뉵 우크라이나 총리는 29일(현지시간) “우리는 나토 가입을 추진할 것이며 의회에 관련 법안을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또 러시아의 압박이 계속될 경우 그동안 지켜오던 비동맹 노선을 포기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우크라이나는 지난 3월에도 나토 가입을 추진하려 했으나 러시아가 강력히 반발했다. 러시아는 제2의 크림반도 사태를 막기 위해 우크라이나가 연방제를 채택하고 비동맹 체제를 유지해야 한다는 조건을 내걸었다. 러시아는 최악의 경우 우크라이나의 유럽연합(EU) 가입은 묵인할 수 있지만 군사 블록인 나토 가입은 절대 용인할 수 없다는 입장을 견지해 왔다.

이 때문에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의 반발을 알면서도 나토 가입 추진이라는 카드를 꺼낸 것은 러시아가 1000명 이상의 군인을 동부 국경지대에 투입, 일부 지역을 장악하는 등 군사적 압박을 계속하는 데 따른 고육지책으로 보인다.

앞서 페트로 포로셴코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28일 터키 방문 일정을 취소하고 국가안보국방위원회 비상회의를 소집해 징병제를 부활키로 하는 등 대응책 마련에 부심했다. 포로셴코 대통령은 “안보리에서 전 세계가 우크라이나 사태의 급격한 악화에 대한 평가를 내려야 한다”고 호소했다.

나토는 러시아 포병부대가 우크라이나로 이동해 발사 위치를 잡고 있는 모습이 담긴 위성사진을 공개하는 등 러시아를 압박했다. 그렇지만 러시아는 서방의 주장이 사실무근이라며 일축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하이브리드 전쟁’=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러시아군의 우크라이나 영토 진입을 기정사실화하면서 추가 제재를 경고했다. 그렇지만 여전히 ‘침공’이라는 표현은 쓰지 않았고 무력 사용에 대해서도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오바마 대통령은 “러시아가 이번에도 깊이 간여하고 있으며 더 큰 비용과 추가 제재를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러시아의 군사 개입이 노골화되는 상황에서 이번 전쟁은 군사력뿐만 아니라 사이버와 정보전 등 비군사적 방법이 대거 동원된 ‘하이브리드 전쟁’이라고 규정했다. 즉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크림반도와 동부 루간스크, 도네츠크 등을 직접 침공하는 대신 친러 반군에 장비와 인력을 지원하는 은밀한 방식에 러시아가 개발한 사이버전을 가미하는 등 전통적인 전쟁 양식과는 많이 다르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29일 동부 분리주의 반군에 포위된 정부군을 위한 인도주의 통로를 열어주라고 촉구하는 등 심리전을 펼쳤다.

우크라이나의 요구로 28일 소집된 긴급 안보리에서는 미국과 러시아가 치고받았다. 서맨사 파워 유엔주재 미국대사는 “러시아는 이번 사태와 관련이 없다고 부인하지만 이는 새빨간 거짓말”이라고 비난을 퍼부었다. 이에 비탈리 추르킨 유엔주재 러시아대사가 “러시아를 옹호하는 ‘자원군’일 뿐”이라고 반박했다.

한편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는 지난 4월 중순부터 27일까지 우크라이나 동부에서 최소 2593명의 민간인이 사망했으며 매일 평균 36명이 사망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제훈 기자 parti98@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