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권하는 CEO, 책 읽는 직장-한국정책금융공사] 수강신청 후 책 읽고 퀴즈풀이… 독서통신연수제 인기

입력 2014-09-01 03:30
정책금융공사 직원들의 자율적 학습조직인 ‘해외프로젝트 사례 연구회’가 지난달 26일 서울 영등포구 은행로 본사 연수실에서 독서 세미나를 진행하고 있다. 이병주 기자

지난달 26일 오후 6시 한국정책금융공사 해외사업부 직원들이 본사 건물의 한 연수실에 모였다. 각자 두꺼운 영문 원서를 펼치더니 주제 발표와 토론을 시작했다. 대학원 학술 세미나처럼 시종일관 진지한 분위기였고, 일반인은 알아듣기 어려운 전문용어들이 쉼 없이 오갔다.

‘해외프로젝트 사례 연구회’라는 이름의 사내 자율적 학습조직이었다. 구성원들이 부서(해외사업부)는 같지만 소속 팀은 해외프로젝트팀, 자원개발팀, 인프라팀 등으로 달랐다. 이들은 지난달부터 자발적으로 모임을 만들어 주 1회 독서 세미나를 진행하고 있었다.

함께 읽는 책은 프랑스 에덱비즈니스스쿨의 프랭크 파보치 교수가 쓴 ‘프로젝트 파이낸싱’(Project Financing·PF). PF란 금융기관이 사회간접자본 건설 등 특정 사업을 담보로 대출해주고 그 사업 수익금으로 상환받는 금융기법이다. 이 책에는 PF에 관한 모든 이론이 망라돼 있다.

세미나는 그날 발표자 김영도 대리가 책의 일부 챕터를 요약하고 그 내용과 관련된 실제 프로젝트 사례를 소개하는 식으로 진행됐다. 발표 도중 질의와 토론이 자주 이뤄졌다.

사업·투자소개서(IM)에 기재되는 해당국 인플레이션 예상치에 관한 얘기가 나왔을 때 김지혜 대리가 추가 설명을 요구하자 마상현 과장이 “고도 성장하는 중국 같은 나라는 인플레율을 높게 잡는데, 안정화돼 있는 선진국은 2%로 잡기도 빡빡하다”고 답했다. 연구회 좌장인 이상조 해외프로젝트팀장은 “인플레가 높은 브라질 같은 곳에서 3%로 잡으면 실제 비용이 엄청나게 올라가기 때문에 IM을 볼 때 인플레는 매우 중요한 수치”라고 덧붙였다.

세미나가 내용상 업무의 연장이나 마찬가지여서 피곤하게 느낄 수도 있는데 직원들의 생각은 달랐다. 이 팀장은 “서로 팀이 다르고 관점도 다른 사람들이 이렇게 자기 경험을 공유하면서 함께 공부하면 시야가 넓어지고 마인드도 달라진다”고 말했다. 오수연 주임도 “선박금융이나 자원개발 등 다양한 분야에 경험 많은 분들이 실제 프로젝트를 수행했을 때의 노하우를 전해주기 때문에 경험이 많지 않은 저로선 더 없이 좋은 기회”라고 말했다.

독서 모임이 업무 수행에 관한 폭넓은 역량과 집중도를 키워준다는 얘기다. 다만 업무로 바쁜 와중에 공부할 게 많아서 한 사람이 여러 모임을 하기는 힘들다.

정책금융공사는 이런 자율적 학습조직에 교재비와 외부강사료 등 전반적인 운영비를 지원하고 있다. 또 월별 학습실적 보고를 토대로 업무활용도와 부서 간 공유 수준이 높은 우수 모임을 선발해 내년 초에 상을 줄 계획이다.

정책금융공사에는 ‘독서통신연수’라는 제도도 있다. 독서를 통해 직원들의 다양한 역량을 개발하기 위한 통신교육 프로그램이다. 전 직원이 499개 학습과정 중에서 원하는 것을 수강신청하면 추천도서 2권이 배부되고, 2개월간 매주 정해진 일정대로 읽으면서 퀴즈를 풀고 시험을 보거나 과제물을 제출해야 한다. 시험·과제 평가 점수가 일정 수준을 넘어야 수료가 가능하다.

일례로 팀장급 이상 관리자가 ‘혁신을 이끄는 리더의 전략’ 학습과정을 선택했다면 윌리엄 더건의 ‘어떻게 미래를 선점하는가’란 책이 1개월차에, 크리스 주크의 ‘최고의 전략은 무엇인가’가 2개월차에 제공된다. 매주 진도에 따른 퀴즈 3문제를 꼬박꼬박 풀어야 하고, 매월 책의 특정 대목을 요약하고 문제점을 분석하라는 식의 과제도 수행해야 한다.

자율적 학습조직과 독서통신 연수를 보면 업무와 직결되는 실용적 독서를 장려하는 것이 정책금융공사의 독서문화로 여겨진다. 그렇다고 전문·실용서적의 중요성만 강조되는 것은 아니다. 현재 사내 전자도서관에 1239권의 전자책이 구비돼 있다. 공사가 보유한 종이책이 경제·경영 등 업무 관련성이 높은 것들 위주라면 전자책은 인문·교양·취미·오락 등 상대적으로 가벼운 책이 대부분이다. 직원들이 구매를 요청하는 책도 추가된다. 지난해 누적 대출 수가 1594권에 달한다.

공사 관계자는 “직원들이 모바일 기기로 시공간 제약 없이 언제 어디서나 독서하는 문화를 만들기 위해 전자도서관을 운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천지우 기자 mogu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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