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 파일] 어린이 ‘가성 사시’와 ‘진성 사시’

입력 2014-09-01 03:53
김용란 김안과병원장
진료를 하다 보면 가끔 사시가 많이 진행된 상태의 아이를 데리고 오는 부모들이 있다. 어쩌다 이렇게 될 때까지 놔뒀냐고 물어보면, 주위에서 ‘아이가 자라면 저절로 나아진다고 해서’라 대답하는 경우가 많다.

실제 동양 아이들은 코가 낮아 눈이 몰려 있는 것처럼 보이는 ‘가성 내사시’가 많다. 이 경우 사시가 아니므로 코뼈가 자라고 얼굴 윤곽이 뚜렷해지면 눈이 정상화되는 게 맞다.

하지만 그 원인이 가성 사시는 물론 진짜 사시 때문일 때는 저절로 정상화되는 법이 없다. 아이의 눈 상태가 이상하다 싶을 때는 반드시 안과를 방문, 전문의의 정확한 진단을 받아보는 것이 안전하다.

사시는 양쪽 눈이 한 쌍으로 움직이지 않고 서로 다르게 움직여 초점이 맞지 않는 것을 뜻하는데, 우리나라 어린이의 약 4%에서 나타난다. 눈이 어느 방향으로 돌아가 있느냐에 따라 내·외·상·하 사시로 나뉜다. 눈이 항상 돌아가 있는 것은 아니더라도 먼 곳을 바라볼 때 때때로 나타나는 간헐성 사시도 있다. 대개 눈 근육 관련 신경이나 구조적 이상 때문에 나타나지만, 정확한 원인을 찾을 수 없는 경우도 많다.

일반적으로 아이들은 생후 3∼4개월이 되면 눈을 맞추고 입체감이나 원근감을 느낄 수 있으며, 점차 정상 시력에 도달하게 된다. 하지만 사시가 있으면 두 눈이 한 곳을 보지 못하게 돼 입체감을 느끼지 못하고 물체가 2개로 보이는 복시 현상이 나타나 시력이 약해진다.

사시는 양쪽 눈의 시선이 각각 다르므로 쉽게 발견된다. 생후 4개월 정도까지는 양안 시기능이 아직 불완전한 상태이므로 사시라고 단정하기 이르지만, 6개월이 지나도 두 눈의 시선 방향이 다르다면 사시일 가능성이 높다고 보면 된다. 다른 아이들에 비해 유난히 햇빛을 눈부셔 하거나, 이유 없이 머리가 아프다고 하는 경우, 자꾸 고개를 기울이고 보는 경우, 눈을 자주 비빌 경우에도 사시를 의심해 봐야 한다.

사시는 특히 미숙아에게 많이 나타나는 경향이 있다. 소아사시 환자 중 30% 이상이 미숙아였으며 저체중으로 태어난 아기나 임신 중 흡연한 산모의 아기도 사시가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는 보고가 있다. 사시 환자 중 10% 이상이 다른 신체질환을 동반하는데, 그 중 뇌성마비와 같은 중추신경계 이상 환자가 많았다는 보고도 있다.

아이들의 눈은 성장하면서 많이 변한다. 따라서 1년에 한번씩은 안과를 방문, 정기검진을 받는 것이 좋다. 우리 병원에서 10여 년 전부터 생일에 안과검진을 받도록 하자는 뜻으로 ‘해피 버쓰데이, 해피 아이’(Happy birthday, Happy eye) 캠페인을 펼치는 이유다. 나는 성장기 아이들의 생일 선물로 안과검진보다 더 좋은 게 없다고 생각한다.

김용란 김안과병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