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 본사 부지의 경쟁입찰이 시작됐다. 축구장 12개를 합친 크기로 서울 강남의 마지막 노른자 땅으로 불린다. 삼성그룹과 현대자동차그룹 중 누가 갖느냐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한전은 다음 달 17일까지 서울 강남구 영동대로 본사 부지 7만9342㎡에 대한 입찰을 진행한다고 29일 밝혔다. 서울시는 현재 제3종 주거지역인 이 땅의 용도를 일반상업지역으로 변경할 계획이다. 이 경우 용적률은 250%에서 800%로 높아지고 층수제한도 사라져 100층 이상 건물을 세울 수 있다.
유력한 인수 후보는 재계 1위와 2위를 차지하고 있는 삼성그룹과 현대차그룹이다. 현대차그룹은 사활을 걸다시피 한 모습이다. 이미 수개월 전부터 인수 의사를 밝힌 현대차그룹은 입찰 공고 직후 ‘현대차그룹의 입장’이라는 제목의 자료를 내고 “한전 본사 부지 인수를 적극 추진할 계획”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현대차그룹은 이곳에 통합사옥을 세워 흩어진 그룹 계열사를 모을 생각이다. 자동차를 주제로 한 전시관과 컨벤션센터, 한류체험 공간 등을 아우르는 복합 비즈니스센터를 만들 방침이다. 현대차 측은 “공공성에 근거해 서울의 상징적 랜드마크로 조성하겠다”고 설명했다.
삼성그룹은 아직 속내를 내비치지 않고 조심스럽게 접근하고 있다. 이날도 “입찰 공고 내용을 면밀히 검토한 후 참여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는 원론적 입장만 내놨다. 하지만 삼성그룹 역시 적잖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 삼성물산은 2009년 포스코건설과 함께 한전 본사 일대를 복합상업단지로 개발하는 방안을 내놓은 적이 있다. 삼성생명이 2011년 한전 본사와 인접한 옛 한국감정원 부지를 사들인 것은 이 땅을 사들이기 위한 사전 포석이었다는 얘기도 나온다.
한전 본사 부지는 가장 높은 가격을 써내는 쪽이 갖는다. 한전이 제시한 감정가는 3조3346억원으로 장부가액(2조73억원)보다 1조3000억원 이상 높다. 지난해 말 기준 공시지가 1조4837억원과 비교하면 배가 넘는다. 용도 변경 이후의 가치를 반영하면서 감정가가 높아졌다는 게 한전 측 설명이다. 인수 희망자는 감정가보다 높은 가격을 써내고 그 금액의 5% 이상을 보증금으로 내야 한다. 입찰에는 개인, 법인, 컨소시엄 모두 참여할 수 있다. 다만 컨소시엄은 외국인이나 외국기업의 지분이 50% 미만이어야 하고 한국인이나 한국기업이 대표 응찰자를 맡아야 한다. 외국기업으로는 중국 부동산개발업체 뤼디그룹, 미국 카지노그룹 라스베이거스 샌즈 등이 관심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
3조 넘는 한전 부지 인수戰 개막… 현대차 “사활 걸었다”
입력 2014-08-30 03: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