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달 19일 개막하는 인천아시안게임에 북한이 응원단 파견을 취소하면서 올 하반기 들어 개선을 모색해온 남북관계가 꼬이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진다. 북한이 일본·러시아와의 협력을 강화하고 있고, 미국 정부 당국자가 군용기를 타고 극비리에 평양을 방문했다는 얘기가 나도는 마당에 남북이 동북아 정세를 주도해가는 모습은 좀처럼 찾아볼 수 없기 때문이다.
북한이 28일 밤 일방적으로 응원단 불참을 통보한 것은 삐걱거리는 남북관계를 여실히 보여줬다. 물론 북한 응원단이 남쪽에 내려오지 않는다고 해서 관계 개선의 동력이 완전히 사라졌다고 예단하기는 이르다. 정부가 제의한 제2차 남북 고위급 접촉이 열릴 여지도 남아 있다.
그러나 맥이 빠지는 건 사실이다. 응원단 체류비용 문제로 빈정이 상한 북한이 응원단 파견을 거둬들인 이상 다음번 대화 테이블에 마주앉더라도 냉랭한 분위기가 조성될 수 있다. 정부 내에서도 추석 계기 이산가족 상봉 행사를 비롯해 박근혜 대통령이 8·15광복절 경축사에서 밝힌 대북 제안들이 차질을 빚지 않을까 걱정하는 목소리가 많다. 박 대통령의 대북 제안은 남북이 의지만 있으면 실천 가능한 환경·민생·문화협력사업들이다. 하지만 상대방이 토라진 상황에서 당장 협력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이 때문에 여권에서조차 “정부가 소탐대실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남북관계 주무 부처인 통일부의 대응을 놓고도 “안이했다”는 뒷말이 무성하다. 북한은 지난주 인천아시안게임 조 추첨 행사를 위해 온 북측 대표단이 우리 측에 응원단 불참 사실을 알렸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임병철 통일부 대변인은 29일 정례 브리핑에서 “북측이 아시안게임 참가 관련 서한을 우리에게 전달했지만 응원단 내용은 없었고 우리 측이 이를 문의하자 (불참 식으로) 구두언급 형태로 했다”며 “공식 통보가 아닌 만큼 북측의 입장을 확인할 필요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북한 응원단 파견을 환영하는 정부 입장에 변함이 없다고도 했다. 하지만 통일부는 지난 26일 북한에 회신 서한을 전달할 때 응원단 문제를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 불참 가능성을 인지하고도 1주일 넘게 대책 없이 ‘모르쇠’로 일관한 것이다.
북한 응원단 체류비용과 관련해 ‘자부담 원칙’이란 정부 기조는 최근까지도 큰 변함이 없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북한은 그동안 비공식 경로를 통해 지원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 정부가 요지부동이자 결국 응원단 불참 카드를 빼들었다는 얘기다.
북한이 이번에 우리 정부를 압박해 2차 고위급 접촉 등 향후 협상에서 유리한 위치에 서려는 계산을 했을 거란 해석도 있다. 정부 관계자는 “하반기 남북관계 개선이 시급한 정부가 5·24 대북 제재 조치나 금강산 관광 재개 문제에서 좀 변화를 보일 수 있다고 여기는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박근혜정부의 2기 외교안보팀이 좀처럼 풀리지 않는 남북관계의 해법을 찾아야 하는 시험대에 오른 형국이다.
백민정 이종선 기자 minj@kmib.co.kr
[뉴스분석-北 “인천 AG 응원단 불참” 통보] 또 ‘꼬인’ 남북… 2차 고위급 접촉 잘될까
입력 2014-08-30 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