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침공에 대응”… 우크라이나 징병제 부활

입력 2014-08-30 03:45
1000명 이상의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동부지역에 침입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우크라이나가 28일(현지시간) 징병제를 부활키로 했다. 국제사회의 지원도 요청했다. 미국이 러시아에 대한 추가 제재를 경고한 상황에서 두 나라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날카롭게 부딪혔다.

◇우크라이나 징병제 부활, 나토는 러시아군 위성사진 공개=터키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하려던 페트로 포로셴코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일정을 취소하고 국가안보국방위원회 비상회의를 소집, 대책을 논의했다. 미하일 코발 국가안보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은 “올가을부터 징병제를 부활키로 했다”며 “다만 징집병이 동부 교전지역에 배치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모병제를 추진 중인 우크라이나는 지난해 10월 18∼25세 청년을 대상으로 징집한 뒤 올해 징병제를 폐지할 방침이었다.

포로셴코 대통령은 “안보리에서 전 세계가 우크라이나 사태의 급격한 악화에 대한 평가를 내려야 한다”고 호소했다.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유럽안보협력기구(OSCE)에도 지원을 요청했으며 유럽연합(EU) 정상회의 비상회의를 30일 개최하자고 제안했다. 다만 우크라이나는 동부지역에 대한 비상계엄은 선포하지 않았다. 자칫 계엄선포가 러시아의 본격적인 군사 개입을 부추기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앞서 우크라이나 정부는 아조프해 인근 남부도시 노보아조프스크에 러시아군 탱크와 장갑차 등이 공격을 시작했다고 주장했다. 나토 고위 관계자도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에서 활동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관련 위성사진을 공개했다. 위성사진에는 러시아 포병부대가 우크라이나 시골로 이동해 발사 위치를 잡는 모습이 담겨있다. 그렇지만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와 서방의 주장을 사실무근이라고 일축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하이브리드 전쟁’=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러시아군의 우크라이나 영토 진입을 기정사실화하면서 추가 제재를 경고했다. 그렇지만 여전히 ‘침공’이라는 표현은 사용하지 않은 채 무력 사용에 대해서도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오바마 대통령은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전화통화를 갖고 “러시아가 반군을 훈련하고 무장시키는 것은 물론 자금 지원도 하며 깊이 간여하고 있다”면서 “이번 일이 더 큰 비용과 추가 제재를 초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러시아의 군사 개입이 노골화되는 상황에서 이번 전쟁은 군사력뿐만 아니라 사이버와 정보전 등 비군사적 방법이 대거 동원된 ‘하이브리드 전쟁’이라고 규정했다. 즉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크림반도와 동부 루간스크, 도네츠크 등을 직접 침공하는 대신 친러 반군에 장비와 인력을 지원하는 은밀한 방식을 택했다는 것이다. 특히 군사적 개입은 최근 이뤄졌지만 러시아가 개발한 컴퓨터 악성코드 ‘스네이크’가 2010년 우크라이나 정부 시스템에 침투해 일찌감치 정보수집에 나섰다고 FT는 전했다.

우크라이나 요구로 28일 소집된 긴급 안보리에서는 미국과 러시아가 치고받았다. 서맨사 파워 유엔주재 미국대사는 “러시아는 이번 사태와 관련이 없다고 부인하지만 이는 새빨간 거짓말”이라고 비난을 퍼부었다. 이에 비탈리 추르킨 유엔주재 러시아대사가 “우크라이나에 있는 것은 러시아를 옹호하는 ‘자원군’일 뿐”이라며 “오히려 서방이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지원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이제훈 기자 parti98@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