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아시안게임 D-18] 마스코트 ‘점박이물범 3남매’ 어떻게 탄생했나

입력 2014-09-01 03:08

인천아시안게임의 마스코트인 점박이물범 3남매(바라메·비추온·추므로)는 백령도 점박이물범을 모티브로 디자인됐다. 천연기념물 제331호로 바다에서 자유롭게 남북한을 오가는 점박이물범은 ‘평화의 숨결’이라는 인천아시안게임의 슬로건을 상징하는 캐릭터로 손색이 없다.

희귀종인 점박이물범은 애초 마스코트 후보에 들지 못했다. 점박이물범이 깜찍한 마스코트로 선정된 데엔 재미있는 사연이 있다. 2010년 대회 조직위는 마스코트를 선정하기 위해 인천 시민들을 상대로 시를 상징하는 동물, 물건, 건물 등이 무엇인지 설문조사를 했다. 그 결과 인천의 시조(市鳥)인 두루미와 인천국제공항, 인천대교 등이 마스코트 후보로 거론됐다. 그러나 이것들은 이호연 인천아시안게임조직위원회 디자인팀장의 마음을 사로잡지 못했다. 사람들의 시선을 끄는 힘이 부족하다고 느꼈던 것. 고심하던 이 팀장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귀가 번쩍 뜨이는 말을 들었다. “혹시 백령도 근처에 점박이물범이 살고 있다는 걸 아느냐”는 말이었다.

이 팀장은 곧바로 점박이물범 연구에 들어갔다. 서해 최북단 백령도 근처에서 서식하는 점박이물범은 1, 2월 중국 보하이만 근처에서 번식하고 4∼6월 남쪽으로 내려와 백령도에서 여름을 난다. 10월 말에서 11월 초 사이엔 중국으로 돌아간다. 점박이물범은 한때 약 1만 마리나 백령도 인근에서 살았지만 이젠 100여마리만 백령도를 찾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팀장은 “점박이물범은 지금까지 다른 대회의 마스코트로 사용된 적이 없다”며 “또 동글동글하고 귀엽게 생겨 마스코트로 디자인하기에도 적합했다”고 말했다. 이어 “점박이물범 마스코트엔 한반도 긴장 완화와 분쟁지역의 갈등 해소를 촉구하는 평화의 전도사 역할을 하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11월 이 팀장은 김영수 조직위원장, 임권택 개·폐막식 총감독 등 조직위 관계자들과 함께 이틀 동안 점박이 물범을 보기 위해 백령도를 탐방했다. 첫날 2시간 동안 배를 타고 백령도 주변을 돌았지만 점박이물범을 만나지 못했다. 이튿날 점박이물범 찾기를 거의 포기한 조직위는 백령도 천안함 46용사 위령탑을 참배했다. 공교롭게도 참배 직후 조직위의 한 직원이 위령탑 근처 바다에서 고개를 내민 점박이물범 8∼9마리를 발견했다. 조직위 관계자들은 뛸 듯이 기뻐하며 인천아시안게임의 성공적인 개최를 예감했다.

김태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