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2년 고국 벨기에를 떠나 봉사단체 일원으로 한국에 건너온 배현정(본명 마리 헬렌 브라셔·68·여)씨. 26세 간호사로 한국 땅을 처음 밟았던 그는 40여년이 흐른 지금 ‘시흥동 슈바이처’로 불린다. 서울 시흥동 저소득층 밀집지역에 무료 진료소를 열고 거동이 불편한 환자들을 위해 방문 진료를 하는 등 40년 넘게 의료봉사를 해왔다. 한국이름 ‘현정(賢貞)’은 어질고 곧다는 뜻이다. 그동안 배씨에게 무료 진료를 받은 사람은 40만명이 넘는다.
배씨를 비롯해 나눔과 봉사를 모범적으로 실천해온 ‘나눔 실천자’들이 29일 청와대 초청을 받아 박근혜 대통령과 오찬을 함께했다. 이 자리에는 자원봉사·재능기부 등 인적 나눔 실천자 13명, 기부와 장학사업 등 물적 나눔 실천자 9명 등 모두 34명이 초청됐다. 배씨는 “다른 누군가를 돕는 일은 제 운명이자 삶”이라며 “마음만 있으면 봉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오찬 자리에는 세월호 사고를 비롯한 각종 재해현장에서 구조봉사활동을 해온 유계열(56)씨도 함께했다. 그는 1993년 페리호 침몰사고, 94년 성수대교 붕괴, 95년 삼풍백화점 붕괴사고 등 국내외 재해현장에서 봉사활동을 해왔다. 고물상을 운영하면서 달동네 독거노인 돌보기, 밑반찬 나누기 활동을 해온 박기천(69)씨도 초청됐다.
이들 외에도 서울역사 근무 중 70대 승객을 구하다 부상으로 공직생활을 마무리한 김창랑(73)씨, 다문화 이주여성의 친정엄마 역할을 해온 한미덕(56) 돌곶이학교 교장, 신장 기증 등 생명 나눔을 실천해온 최정식(54) 사색출판사 대표도 초청됐다. 봉사 활동에 적극 참여해온 배우 변정수, 고아라씨 등도 함께했다. 이들은 보건복지부, 나눔국민운동본부, 굿네이버스 등의 추천과 언론보도 사례 등을 참고해 선정됐다.
박 대통령은 “여러분께서 뿌리신 사랑과 나눔의 씨앗이 싹을 틔우고 크게 자라면 우리 사회가 더욱 따뜻하고 살기 좋은 곳이 될 것”이라며 감사와 격려의 뜻을 전했다.
남혁상 기자 hsnam@kmib.co.kr
시흥동 푸른눈 슈바이처… 판자촌 진료 40년
입력 2014-08-30 03: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