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장밋빛 공약 남발이 부른 ‘복지 디폴트’ 가능성

입력 2014-08-30 03:26
여야가 2012년 총선과 대선을 치르면서 복지공약 경쟁을 할 때 많은 사람들은 “도대체 무슨 돈으로 할 건데”라고 의문을 제기했었다. 그럼에도 각 정당과 후보들은 “증세 없이도 가능하다”고 장담했다. 선거에서 이기면 그만이라는 식의 전형적인 포퓰리즘 공약이었다. 선거 후 그것을 억지로 지키려다 보니 지방자치단체들이 아우성이다.

전국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는 보도자료를 통해 “더 이상은 자력으로 복지비 부담을 감당하는 데 한계에 이르렀다”며 “전국 시장·군수·구청장 226명은 조속한 시일 안에 우리 요구가 수용되지 않을 경우 복지 디폴트(지급불능)를 선언할 것이며 그 책임은 중앙정부에 있다”고 밝혔다. 재정자립도가 낮은 지자체들이 큰 폭으로 늘어나는 복지비 부담을 견디지 못해 중앙정부와 정치권에 공개적으로 불만을 표출한 것이다.

복지 예산은 중앙정부가 전적으로 책임지는 것이 아니라 시·도와 시·군·구 등 지자체가 10∼50%씩 분담하고 있다. 그럼에도 여야 정당과 후보들은 표를 의식해 무차별적인 복지 혜택을 공약해 지자체들의 불만이 크다. 기초연금과 무상보육비가 가장 큰 부담이다. 기초노령연금이 지난달부터 기초연금으로 바뀌어 지급액이 대폭 늘면서 지자체들에는 엄청난 짐이 됐다. 박근혜 대통령 임기 동안 기초연금을 지급하려면 총 40조5000억원이 들고, 이 가운데 10조1000억원은 지자체가 부담해야 한다. 무상보육비와 무상급식비 부담도 해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5년, 10년 이후는 계산조차 하기 어렵다.

지자체들은 복지비의 중앙정부 분담 확대를 요구하고 있으나 정부는 세수 부족을 이유로 난색을 표하고 있다. 이런 상황을 방치하다 만에 하나 복지 디폴트가 도래할 경우 그것은 국가·사회적으로 엄청난 재앙이다. 그 대비책으로 우선 복지정책 전반에 대한 재정비를 권한다. 복지예산의 누수가 많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정부와 지자체는 함께 귀 기울여야 한다. 아울러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최근 제기했던 증세 문제를 국민 동의를 전제로 조심스럽게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