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재교육 대상자 ‘강남 3구’에 집중

입력 2014-08-30 03:57
영재교육을 받는 학생들이 서울 강남 등 부자동네와 학원 밀집지역에 집중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영재교육 영역은 수학·과학에 80% 이상 편중됐다. 재능과 잠재력이 뛰어난 학생을 조기 발굴한다는 영재교육의 본래 목적과 달리 ‘문제풀이 영재’ ‘대입용 스펙 쌓기 영재’를 양산한다는 지적이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새누리당 안홍준 의원이 29일 공개한 ‘2014년 서울시 영재교육 대상자 자치구별 현황(8월 말 기준)’에 따르면 영재학급 학생들은 강남 3구와 노원·양천구 등 5개 구에 41%가 몰려 있었다. 노원구 영재학급 학생수가 935명으로 서울시 전체 8304명의 11%로 가장 많았다. 이어 강남구 830명(10%), 송파구 627명(8%), 서초구 594명(7%), 양천구 409명(5%) 순이었다. 반면 구로구 162명(2%), 금천구 110명(1%)에 불과했다. 노원구와 금천구의 영재학급 학생수는 무려 9배 정도 차이가 난다.

또 지난해 기준으로 전국 영재교육 대상자 12만1421명 중 10만1233명(83%)은 수학, 과학, 수·과학 통합 등 3대 과목에 집중돼 있었다. 발명과 정보과학의 경우 두 과목 학생수를 합쳐도 약 6%에 불과했다. 과학고 입시나 대학 입시에 도움이 되는 과목에 치중돼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서울대 사범대학 최영기 교수는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영재 대비 학원이 강남 등에 집중돼 있어 영재가 지역적으로 골고루 나오지 않고 있다”면서 “선행학습으로 밀어붙여 영재를 양산하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지역 및 과목 편중 현상은 예술 분야에서 더욱 두드러졌다. 8월 말 기준으로 한국예술영재교육원에 재학 중인 학생의 출신지역을 살펴보면 서울 출신 학생 87명 중 서초구 16명, 강남·양천구 각 7명, 송파·광진구 각 6명으로 나타났다.

이들 5개 구가 서울 전체의 절반 정도를 차지한다. 안 의원은 “시도별로 통일된 기준도 없이 영재를 선정하고 있어 개선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임지훈 기자 zeitgeis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