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북한 응원단 인천아시안게임 불참 유감이다

입력 2014-08-30 03:30
북한이 28일 밤 느닷없이 인천아시안게임에 응원단을 파견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지난달 남북 실무회담 때만 해도 경의선 육로를 통해 350명의 대규모 응원단을 보내겠다고 공언했던 북한이다. 손광호 북한 올림픽위원회 부위원장은 조선중앙TV 프로그램에 출연해 그 책임을 우리 측에 전가했다. 남측이 응원단 성격과 규모, 응원 때 쓸 인공기 크기, 응원단 비용까지 문제 삼았다는 게 북측의 주장이다.

과거 전례를 볼 때 북측의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이기는 어렵다. 정부 설명도 다르다. 임병철 통일부 대변인은 29일 정례 브리핑에서 “정부는 북한 선수단과 응원단 참여를 환영하고 편의제공 문제는 국제 관례를 따르되 남북관계에 긍정적으로 기여할 수 있도록 협력해 나간다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북한이 우리의 언론 보도 내용과 체재비용 등을 문제 삼아 실무회담을 결렬시켰다고 덧붙였다.

양측의 주장과 설명을 들으면 자존심 싸움 그 이상 이하도 아니다. 쟁점이 되고 있는 사안은 국가안보나 체제 안전과는 무관한 그야말로 부차적인 문제들이다. 응원단 문제 하나 해결하지 못하면서 통일대박을 이루겠다는 것은 난센스다. 우리는 이미 여러 차례 북한 응원단을 경험했다. 국민들은 그들에게서 뜨거운 동포애를 느꼈다. 그리고 그들이 남한 땅에서 자유롭게 활동하는 것을 보며 민주체제의 우월성을 실감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올해 광복절 경축사를 통해 남북 고위급 대화 정례화 등 보다 적극적인 남북대화 의지를 내비쳤다. 대화 분위기 조성을 위해 을지프리덤가디언 연습을 예정보다 하루 앞당겨 끝내고 남북 고위급 접촉도 제의한 게 아닌가. 더욱이 여당 내에서조차 5·24 대북 제재조치를 해제하고 금강산 관광을 재개하자는 공감대가 확산되고 있는 마당이다. 이보 전진을 위해 일보 후퇴할 줄 아는 현명한 선택이 필요하다. 인천아시안게임 개막까지 꼭 20일 남았다. 협의할 시간은 충분하다. 북한 선수단은 물론 응원단까지 참여해 인천아시안게임이 꽉 막힌 남북관계에 물꼬를 트는 화합의 한마당이 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