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6일 동원F&B는 85g 용량의 참치캔을 출시했다. 기존 제품 중 가장 적은 100g보다 15g을 더 줄이고 가격도 낮춰 온라인몰에서 판매를 시작했다. 동원 측은 “오프라인에서 장을 보기 힘든 싱글족을 위한 제품”이라고 설명했다. 1990년대 나온 100g, 150g 제품이 참치찌개 등으로도 요리하기 적당했다면 85g은 혼자 밥을 먹는 싱글족에 맞춘 제품이다.
식음료 업계가 상품의 용량 조절에 골몰하고 있다. 식습관 변화 등 소비자 요구에 맞춰 끊임없이 변신하고 있는 것이다. 단 그 방향은 일정치 않다. 1인 가구가 늘어나는 추세에 맞춰 용량을 줄인 제품이 있는가 하면 되레 용량을 늘리기도 한다.
‘의리 광고’에 힘입어 올해 비락 식혜 매출이 급증하자 팔도는 지난 6월 페트병 중 가장 큰 용량(1.8ℓ)과 비교해 3분의 2 수준인 1.2ℓ 제품을 내놓았다. 2005년 나온 1.8ℓ 제품은 1인 가구 증가세를 감안할 때 다소 양이 많다는 지적 때문이다. 팔도 관계자는 “기존 500㎖와 1.8ℓ의 중간 정도 되는 양”이라며 “혼자 사는 사람이 한 번에 200㎖ 정도 마신다고 할 때 1주일 정도 먹을 수 있는 양”이라고 설명했다.
유통망이 바뀌면서 용량 변화를 촉발하기도 한다. 비락 식혜의 경우 편의점에서 많이 팔리고 있는데 기존 1.8ℓ 제품은 좁은 편의점에 진열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 동원 참치 역시 온라인 판매 비중 증가에 맞춰 온라인용으로 소용량 제품을 내놨다.
반대로 덩치를 키운 제품도 있다. 편의점 CU는 옛날 요구르트(65㎖)보다 용량을 4배 이상 늘린 270㎖의 ‘CU 빅(Big) 요구르트’를 지난 14일 선보였다. 데이터 분석 결과 젊은 여성을 중심으로 소형 요구르트를 여러 개 구매해 한꺼번에 마시는 사례가 많았던 점을 감안했다. 출시 이후 기존 요구르트 판매 1위 제품보다 24% 더 높은 판매량을 기록 중이다.
남양유업이 지난해 5월 내놓은 대용량 컵커피 ‘카와(K’hawah)’는 출시 1년여 만에 매출 200억원을 달성했다. 기존 컵커피보다 25% 정도 늘어난 250㎖의 대용량 컵커피다. 탄산수 트레비를 판매하는 롯데칠성음료는 기존 280∼500㎖ 제품에 대용량인 1.2ℓ 제품을 추가했다. 지난해 대비 50% 정도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는 탄산수 시장을 본격 공략하겠다는 전략이다.
이에 비해 본래 덩치를 고수해 인기를 모으는 제품도 있다. 출시 40년을 맞은 빙그레 ‘바나나맛 우유’는 240㎖를 줄곧 유지하고 있다. 빙그레 관계자는 “양이 많다는 의견이 일부 있지만 용량이 디자인과 연결돼 있어 제품 정체성을 위해 바꾸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김현길 기자 hgkim@kmib.co.kr
식음료 용량 늘리고… 줄이고… 업계, 고객 필요 맞춘 ‘사이즈 승부수’
입력 2014-08-30 03: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