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교통부가 ‘세종식 업무방식’을 마련해 기존의 업무 형태에 대한 파격적인 변화를 꾀하고 나섰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기재부 공무원들에게 비효율을 없애라고 지시한 지 11일 만이다. 국토부와 기재부의 이런 시도가 다른 부처까지 확산돼 세종시 공무원들의 ‘일하는 방식’에 변화가 생길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국토부는 28일 기존의 업무방식을 혁신적으로 바꾸는 내용을 담은 ‘세종시 품에 안기기’를 다음달 1일부터 시도한다고 밝혔다. 정부청사가 세종시로 이전한 지 2년이 되어 가지만 직원들이 여전히 세종시에 안착하지 못하고 있다는 판단이 작용했다.
여기엔 과장급 직원의 국회 회의 참석을 원칙적으로 금지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그동안은 과장들이 세종청사에서 서울로 오가면서 일하는 경우가 많아 ‘길 위의 과장’이라는 우스갯소리가 나돌 정도였다. 64%나 되는 과장 전결 업무도 제대로 돌아갈 리 만무했다. 앞으로는 꼭 필요한 경우만 제외하고 과장들은 세종청사를 지키고, 외부 회의는 실·국장이나 주무계장이 참석하기로 했다.
업무 절차도 최대한 간소화시켰다. 매주 열리는 간부회의 자료는 실·국장들이 직접 보고 항목 4개 이하로 선정토록 했다. 그동안은 각 과장들이 과별 현안을 전부 취합해 보고서를 작성한 뒤 실·국장이 일부를 선택하는 형식이었다. 내부 보고자료는 2쪽 이내로 줄이고, 장·차관 출장 때는 내부 전산망을 이용한 쪽지 보고를 적극 활용토록 했다. 퇴근 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한 업무 지시도 금했다.
업무 비효율을 줄이기 위해 결재 권한도 대폭 낮췄다. 장·차관에게 집중됐던 결재 권한은 실·국·과장에게 적절히 배분됐다. 장관 결재 문서도 주무관이 직접 기안할 수 있게 했다. 사무관과 주무관의 수직적 위계 관계에서 비롯되던 비효율도 손봤다. 국토부는 사무편람을 개정해 사무관을 거쳐야 했던 업무의 30% 정도를 주무관이 독자적으로 처리할 수 있게 했다.
최 부총리 역시 지난 17일 기재부 간부·직원 80여명과 함께 ‘업무 혁신 대토론회’를 열어 국토부와 유사한 업무보고 및 서울 출장 간소화 방침을 하달했다. 최 부총리는 “공직자의 시간은 국민의 자산인데 (비효율을) 고치길 거부하는 타성과 관행이야말로 적폐 중의 적폐”라며 업무방식 개혁을 강조했다.
세종시 공무원들은 긍정적으로 반응하고 있다. 눈도장을 찍기 위해 대면보고를 하거나 돌발 질문에 대처하기 위해 국회에 참석하는 등 비효율을 극복하려는 시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세종청사에 입주한 다른 부처도 국토부와 기재부의 혁신을 주목하고 있다. 특히 경제수장인 최 부총리가 ‘세종식 업무’를 강조하고 있다는 점에서 타 부처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한 정부부처 공무원은 “공무원 조직에는 윗사람 눈치를 보기 위해 하는 형식적인 업무가 만연돼 있다”며 “일의 효율을 강조하는 일반 기업이었으면 상상도 못할 일들이 많다”고 말했다.
세종시 공무원들의 국회 업무로 인한 비효율이 계속 지적되자 차라리 국회를 세종시로 이전해야 한다는 주장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김태은 한국교통대 교수는 “국회와 정부부처가 쪼개져 있는 상황에서 업무 효율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국회가 직접 세종시로 내려올 수 없다면 세종시에 분원이나 세종청사 임시출장소 등을 세우는 등 대체 방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세종=이용상 기자 sotong203@kmib.co.kr
국토부, 과장급 국회참석 금지… ‘길 위의 과장’ 없앤다
입력 2014-08-29 03: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