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法 정국] 장외투쟁 전환점… 박영선의 ‘난제 해법’ 촉각

입력 2014-08-29 04:23
‘유민 아빠’ 김영오씨가 28일 서울 동대문구 무학로 서울시립동부병원 병실에서 병문안 온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상임고문과 손을 잡고 얘기하고 있다. 김씨는 이날 46일째 이어온 단식을 중단하겠다고 밝혔으며, 문 고문도 ‘동조 단식’을 멈췄다. 곽경근 선임기자
세월호 희생자 유가족인 '유민 아빠' 김영오씨가 28일 단식을 중단하면서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상임고문도 9일간의 동조 단식을 멈췄다. 야당을 국회 밖으로 끌어낸 기폭제나 다름없었던 두 사람의 단식농성이 중단됐기 때문에 새정치연합의 장외투쟁이 전환점을 맞을 수 있다는 관측이다. 그러나 유가족들은 "오래 갈 싸움"이라며 장기전을 예고했고, 새정치연합 역시 일단 이번주까지는 장외투쟁을 지속한다는 방침이다.

◇문재인 단식 중단, 이후 투쟁은 어디로=김씨가 46일간에 걸친 단식농성을 중단하면서 세월호 정국은 최악의 상황을 일단 피했다. 단식을 계속하다가 자칫 불상사라도 발생했다면 여야 모두 후폭풍을 감당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문 고문은 김씨가 입원한 서울 동대문구 무학로 서울시립동부병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김씨의) 단식을 말리려고 단식을 시작했다"며 "이제는 제가 있어야 할 자리,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위해 국회로 돌아가겠다"고 밝혔다. 그는 "유족들이 길거리에서 노숙을 하는데 청와대에서 아무도 내다보지 않고 있다"며 "이것은 도리가 아니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사태가 변한 것은 없다. 김씨는 CBS라디오 인터뷰에서 "여당과 유가족이 대화를 하는데 진전이 없고, 장기전으로 갈 것 같다"며 "밥을 먹고 보식을 하면서 광화문에 나가 국민들과 함께 힘을 합치겠다"고 말했다. 세월호 특별법과 관련해 새누리당이 유가족 의견을 반영할 때까지 농성을 계속하겠다는 뜻이다. 문 고문도 "유족이 납득할 수 있는 세월호 특별법을 만드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광화문광장에서 7일째 단식 중인 정청래 의원은 "유민 아빠가 단식을 중단해도 국민들의 열기는 식지 않을 것"이라며 단식을 계속한다는 입장이다. 김광진 도종환 이학영 의원 등은 이날부터 24시간 단식에 들어갔다. 통합진보당과 정의당 의원들도 단식을 중단하지 않고 있다.

◇혼란스러운 새정치연합, 내부 강·온 충돌 확산=새정치연합은 문 고문이 국회로 돌아오면서 장외투쟁에 대한 부담감을 한층 덜었다. 대선주자인 문 고문이 독자적으로 동조 단식에 돌입하자 박영선 국민공감혁신위원장 겸 원내대표와 엇박자가 났다는 지적이 많았다. 협상론을 펼치다가 강경투쟁으로 돌아선 박 위원장을 중심으로 당내 강경파가 단일대오를 형성할 수 있는 셈이다.

박 위원장은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야당 입장에선 국민에게 알리기 위해 길거리에 나가 피켓을 들 수 있다"며 "투쟁 내용으로 이야기를 해야지 국회를 떠났다고 해서 장외투쟁, 강경투쟁이라고 몰아가는 것은 1980년대식 사고를 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장외투쟁에 대한 여론이 곱지 않은 데다 투쟁이 장기화될 경우 내부 피로도가 커질 것이 뻔해 향후 투쟁 방식 및 수위를 놓고 고민이 깊다. 세월호 가족대책위 유경근 대변인은 야당을 향해 "단식을 중단하고 국회로 돌아가 제 역할을 해 달라"고 당부했다. 유가족마저 국회로 돌아가라고 하고 있으니 장외투쟁 동력이 급격히 떨어지고 있다. 9월에 시작되는 정기국회를 어떻게 할지도 딜레마다. 정기국회 개회식에는 참석하겠지만 민생법안 처리 여부를 놓고는 신중하다. 장기전을 각오하면서 국회에서 유가족들이 원하는 세월호 특별법을 관철해내라는 주문은 난제가 아닐 수 없다.

장외투쟁 반대 성명을 낸 중도·온건파 의원 10여명은 국회 의원회관에서 회동을 갖고 장외·강경투쟁 중단을 촉구했다. 이 자리에는 김동철 문병호 박주선 이찬열 조경태 최원식 의원 등이 참석했다. 이들은 박 위원장을 만나서는 국회 예결위회의장 농성 중단, 국회 정상화 등을 주문했다. 박지원 의원은 트위터에서 "야당은 장외투쟁을 중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새정치연합·유가족 회동, 다시 연기=박 위원장은 오후에 유가족들과 만나 세월호 특별법에 대해 의견을 조율하려고 했지만 전날에 이어 다시 연기됐다. 유가족들이 전날 새누리당과 협상한 내용을 놓고 해법 마련을 시도하는 자리였다. 그러나 유가족들은 수사권·기소권을 주장하고, 새누리당은 난색을 표하고 있어 야당이 적극적인 중재에 나서기 어려운 상황이다. 새누리당과 유가족은 오는 1일 3차 회동을 가질 예정이다.

엄기영 최승욱 기자 eo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