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 없는 ‘견본품’ 위장… 70억원 상당 다이아몬드 밀수

입력 2014-08-29 03:37
다이아몬드 장신구 2000여점, 약 70억원어치를 밀수입한 홍콩 보석업자가 붙잡혔다. 견본이나 전시용 보석의 경우 관세가 면제되고 통관 절차도 약식으로 진행되는 제도적 허점을 이용한 것이다. 검찰은 국내 유명 보석업체 10여곳이 밀수 다이아몬드를 불법 매입한 뒤 고가에 재판매한 정황을 잡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외사부(부장검사 노정환)는 홍콩인 청모(47)씨를 관세법과 조세범처벌법 위반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고 28일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청씨는 ‘일시수입통관증서(A.T.A 까르네)’ 제도를 악용해 반복적으로 다이아몬드 상품을 밀수입했다. A.T.A 까르네란 단순 견본품이나 박람회·전시용 물품의 경우 일시적으로 수입했다가 반출하는 것을 전제로 수입세금 일체를 면제하고, 통관 절차 역시 간이신고로 대체하게 하는 제도를 말한다.

청씨는 지난해 1월부터 최근까지 10차례에 걸쳐 다이아몬드 상품 1486점을 판촉용 견본품으로 속여 국내에 들여왔다. 가방 등에 숨겨서 밀수입한 것도 600여점에 달한다. 그는 6∼7일 정도 국내에 체류하면서 다이아몬드를 판매한 뒤 출국할 때는 1만원도 채 안 되는 큐빅 모조품을 자신이 들고 왔던 진품인 것처럼 위장해 갖고 나갔다.

검찰이 확보한 청씨의 입국 당시 영상을 보면 홍콩 상공회의소가 발급한 증서와 상품 등을 내보이고 세관 심사대를 통과하는 데 걸린 시간이 58초에 불과했다. 검찰은 관련 첩보를 입수한 뒤 청씨가 지난 4일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할 때부터 동선을 추적했으며, 8일 밀매 현장을 급습해 다이아몬드 154점(총 4억원 상당)을 압수했다.

청씨는 밀수입한 다이아몬드를 서울 명동과 삼성동의 유명 호텔 보석점과 청담동, 압구정동 등의 고급 혼수업체 등에 정상가보다 30∼40% 저렴하게 넘겼다. 업체들은 매입가의 2∼3배 정도 고가로 소비자들에게 판매했다고 한다.

검찰은 서울본부세관과 함께 이날 국내 보석업체 14∼15곳을 압수수색했다. 밀수품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매입했으며, 세금계산서 없이 현금으로 거래하는 과정에서 세금을 탈루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게 검찰 판단이다. 다이아몬드 완제품의 국내 유통 규모는 연간 1조2000억원으로 추정되며 이 중 80% 정도가 외국산 밀수품인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지호일 기자 blue5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