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의 섬김 사역은 날이 갈수록 폭과 깊이를 더해가고 있다.
주요 교단과 지역교회, 기독NGO 등은 각종 재난·사고 현장에 달려가 긴급구호부터 피해자 돌봄, 중장기 재건사업까지 감당하고 있다. 중·대형교회뿐 아니라 개척교회에서도 인적·물적 자원을 십분 활용한 이웃 돌봄 사역이 활발해지는 추세다.
◇국내외 재난구호에서 헌옷 나눔까지=한국기독교연합봉사단(단장 조현삼 목사)은 세월호 침몰 당일인 지난 4월 16일 밤, 진도에 현장 조사단을 급파했다. 상황의 심각성을 간파한 봉사단은 이튿날 진도 팽목항에 임시 부스를 설치하고 현지 대형마트에서 생필품 등을 구입해 실종자 가족들과 자원봉사자들에게 제공했다. 이후 현지의 진도군교회연합회(진교연)에 사역을 인계하면서 간접지원 체계로 전환했고, 진교연 회원들은 지금까지 팽목항 등에서 섬김 사역을 이어가고 있다.
연합봉사단 사무국장 이석진 목사는 28일 “재난·사고 당시 가장 절박한 시기인 초창기 때 피해자들에게 ‘가장 먼저’ 달려가 ‘반드시 필요한’ 도움을 주고 빠지자는 것이 우리의 존재 이유”라며 “앞으로도 이 사명을 충실히 감당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봉사단을 비롯해 대표적인 교회연합봉사기구인 한국교회희망봉사단(한교봉) 등도 세월호 사고를 비롯해 필리핀 태풍 피해(2013.11), 동일본 대지진(2011.3), 아이티 대지진(2010.1) 같은 주요 재난·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코디네이터 역할을 수행하며 섬김 사역을 전개하고 있다(표 참조).
교계의 연합구호 사역과 별도로 개교회들은 지역과 이웃을 섬기는 데 사역의 초점을 맞추고 있다. 대전 새로남교회(오정호 목사)의 ‘새로남 카페’는 기부의 명소로 통한다. 2004년 문을 연 이래 지역 결식아동과 난치병 환자 등에게 기부한 수익금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10억원을 돌파했다.
경기도 성남 분당우리교회(이찬수 목사)의 이웃 섬김 사역은 지역 행정기관 및 복지단체들간 공조가 돋보인다. 10년째 진행 중인 ‘청소년·노인 결연 사역’이 대표적이다. 분당우리교회 이웃사랑분과 최정권 목사는 “결연 대상자를 선정하거나 지원방법 등을 모색하는 데 있어 구청이나 동사무소, 지역 복지단체 등과 긴밀한 협조체제를 구축하려 힘쓰고 있다”면서 “이것이 지역사회 전체를 섬기는 효과적인 방안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서울 강남 한복판에 있는 광림교회(김정석 목사)는 지난 1월부터 교회 사회봉사관 안에 ‘따뜻한 집’ 운영을 시작했다. 성도들로부터 기증받은 헌옷을 되팔아 미혼모 등 이웃을 돕기 위한 사역인데, 개관 반년 만에 수만 벌의 옷을 모았다.
◇‘사회복지’ 넘어 ‘영적복지’ 실천해야=기독교 사회복지 전문가들은 교계 디아코니아(나눔·섬김) 사역의 다각화, 전문화에 대해 긍정적이다. 하지만 여기서 머물지 말고 기독교의 본질인 복음이 가미된 ‘영적복지’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준우 강남대 사회복지대학원 교수는 "교회와 성도들의 특성에 따른 다양한 섬김 사역은 점차 확산되는 추세"라며 "기독교의 디아코니아 사역이라면 사회복지 차원에서 한발 더 나아가 섬김 대상들의 삶과 죽음, 영생 등 인간의 실존적 문제를 해결해줄 수 있는 영적복지도 제공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국제구호개발기구인 월드비전 회장을 9년간 지낸 박종삼 목사는 "'이벤트성' '보여주기식' 섬김을 지양하려면, 목회자와 성도들이 섬김 사역에 대해 신학적으로 깊이 성찰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박재찬 박지훈 양민경 기자 jeep@kmib.co.kr
[한국교회, 위기를 넘어 희망으로-3부] (4) 한국교회, 섬김의 현주소
입력 2014-08-29 04: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