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 가로수길 인근에는 푸른색 LF쏘나타를 덥석 문 공룡의 이빨이 산산이 부서져 나가는 그림이 지상 14층 높이의 건물 외벽을 도배하고 있다. 차체가 튼튼하다는 걸 강조하는 현대자동차의 옥외광고다. 공룡 머리 아래엔 이 차가 지난달 미국고속도로안전보험협회(IIHS)의 충돌시험에서 최고 안전등급을 받았다는 설명이 달려 있다.
도심 한복판에서 자랑 겸 볼거리를 제공하는 이 광고는 가로 40m, 세로 35m의 규모도 규모지만 건물 2개 면을 하나의 캔버스로 활용해 입체감을 줬다는 점이 독특하다. 보통 건물 한 면만 쓰는 기존 옥외광고와 차별화한 것이다. ‘쏘나타 문 공룡’은 건물 정면이 아니라 모서리 방향에서 봐야 완전한 형태가 드러난다.
광고판으로 쓰인 논현동 도산대로 앞 페이토빌딩은 건물 양면의 각도가 보통 건물의 90도보다 좁은 60도로 뾰족하게 접힌 구조다. 현대차는 이런 외형을 이용해 실물을 보는 듯 착시 효과를 일으키는 3D 트릭아트 방식을 적용했다. 영화에서 3D 효과를 담당하는 전문가들이 한 달간 달라붙어 공룡 피사체를 그린 뒤 배경 합성 방식으로 색상과 질감을 표현했다고 한다. 그렇다고 공룡이 3D 영화처럼 손에 잡힐 듯할 정도는 아니지만 나올 곳은 나오고 들어갈 곳은 들어가 보인다. 이 광고는 다음 달 철거된다.
현대차는 최근 눈길을 사로잡는 옥외광고에 상당히 공을 들이고 있다. 지난 3월에는 서울역 앞 서울스퀘어 외벽에 미국 사진작가 로드니 스미스의 작품을 띄우며 LF쏘나타 출시 광고를 했다. 이 건물은 지상 4∼23층 외벽 전면이 LED 패널로 덮여 있는 세계 최대 규모의 LED 캔버스다. 가로 99m, 세로 78m로 4960인치짜리 LED 화면인 셈이다.
6월엔 역삼동 교보타워사거리에 있는 벌집 형태의 어반하이브 건물에다 신형 제네시스 광고를 했다. 제네시스가 움푹 들어간 건물 한가운데에서 상단을 지탱하는 듯한 그림이었다. 이때는 가로 25m, 세로 20m 크기의 반투명 현수막을 건물 중앙부에 둘러 착시효과를 줬다.
새로운 기법의 광고는 이 밖에도 여러 곳에서 찾아볼 수 있다. 광고·마케팅업체 케이에스애드가 최근 지하철 신분당선에 사용한 광고는 달리는 객차의 유리창 밖으로 텔레비전을 보듯 하는 방식이다. 터널 벽면에 길게 늘어놓듯 설치된 각각의 LED 영상은 사진처럼 정지된 화면이지만 달리는 객차 안에서는 동영상처럼 보인다. 영화 필름을 펼쳐놓고 눈만 옆으로 움직이는 식이다.
현재 양재시민의숲 역과 청계산입구 역 사이 486m에 설치된 LED 판은 600개다. 지하철이 시속 90㎞로 달리면 잔상효과 탓에 각 영상이 합쳐져 한 편의 동영상으로 변한다. 광고는 20초 분량이다. 특히 신분당선 지하철은 유리창이 통유리라서 승객은 시야에 걸리는 것 없이 50인치짜리 텔레비전을 보듯 동영상을 볼 수 있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
[기획] 와∼ ‘쏘나타 삼키는 공룡’ 봤어?
입력 2014-08-29 03: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