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가(家)에서 장손인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선처를 호소하는 탄원서를 제출했다. 이재현 회장은 횡령·배임·탈세 혐의로 1심에서 징역 4년을 선고받았다. 다음 달 4일 항소심 선고를 앞두고 있다.
삼성가의 탄원서 제출을 두고 재계는 삼성과 CJ 간에 본격적으로 화해 무드가 조성되는 신호탄으로 보고 있다. 특히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지난 5월 급성 심근경색으로 쓰러진 뒤 장기 입원 중인 상황에서 삼성, 신세계, 한솔 등이 모처럼 한목소리를 낸 점에 주목한다.
삼성과 CJ는 2012년 이재현 회장의 부친인 이맹희 전 제일비료 회장이 동생 이건희 회장을 상대로 유산 상속 소송을 제기한 뒤 갈등을 겪었었다. 이맹희 회장이 지난 2월 상고를 포기함에 따라 형제간 소송전은 어렵사리 마무리됐지만 완전한 화해까지 가지는 못했다.
28일 법조계와 재계에 따르면 이건희 회장의 부인 홍라희 리움미술관장,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이명희 신세계 회장, 이인희 한솔그룹 고문 등은 지난 19일 서울고법 형사10부에 탄원서를 제출했다. 명단에는 이건희 회장의 둘째 형인 고 이창희 새한미디어 회장의 부인 이영자씨, 둘째 누나인 이숙희씨, 셋째 누나인 이순희씨 등도 포함됐다.
탄원서에는 "이재현 회장이 어렸을 때부터 급성 신우염을 앓는 등 건강이 좋지 않았다. 신장이식 수술 후 우울증을 앓는 등 현재 건강 상태로는 수감생활을 견디기 어려워 보이니 선처를 부탁드린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가족 간의 정리를 생각해서 선처를 탄원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CJ그룹은 "감사할 따름이며 가족 화해의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재계에서는 이번 탄원서 제출이 두 가지 의미를 가진다고 분석했다. 우선 이병철 회장의 자녀들이 뭉쳐 위기에 처한 장손 구하기에 나섰다는 것이다. 상속 소송으로 앙금이 깊어진 삼성과 CJ가 손을 맞잡을 계기도 만들어졌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과 CJ 사이에서 벌어졌던 상속 소송 종결, 이건희 회장의 장기입원 등이 이번 탄원서 제출에 영향을 미쳤다"며 "삼성가문에서 장손인 이재현 회장을 지원사격하는 동시에 사이가 틀어진 삼성과 CJ를 화해시키려고 움직이는 것 같다"고 해석했다. 지난해 8월 신장이식 수술을 받은 이재현 회장은 최근 항소심 결심공판에서 "살고 싶다"며 재판부의 선처를 호소했다.
김찬희 나성원 기자 chkim@kmib.co.kr
삼성-CJ 화해모드 조성되나… 이재용·홍라희·이명희 등 “이재현 CJ 회장 선처” 탄원
입력 2014-08-29 04: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