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자들이 믿지 못하지만, 코스닥 종목의 주가 변동성은 이제 코스피 수준으로 안정됐다. 2011년부터 장기투자 수익률은 코스닥이 오히려 코스피를 앞지른다. 코스닥 기업들의 재무구조가 부실하다는 오해가 퍼져 있는데, 영업이익률과 자기자본이익률(ROE)을 따져보면 코스닥이 코스피보다 높다.”
주식투자 초심자들은 “이름을 아는 기업에 투자하고, 코스닥은 쳐다보지도 말라”는 말을 많이 듣는다. 불공정거래가 많고 변동성이 높아 코스닥에 돈을 넣으면 실패한다는 조언이다. 코스닥은 코스피보다 재무구조가 허약한 기업들로만 구성된 ‘2부 리그’라는 인식도 팽배하다.
과연 그럴까. 한국거래소 고위 관계자는 28일 “시장 신뢰도에 대한 정확한 지적은 받아들여 개선하겠지만, 터무니없는 오해는 풀고 싶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최근 12가지 문답으로 이뤄진 ‘코스닥에 대한 오해와 진실’이라는 내부 문건을 만들었다. 통계로만 말하는 이 문건은 중소형주 투자를 망설이는 기관투자가의 설득 용도로도 쓰이는 중이다.
◇주가 변덕 옛말, 장기투자 외려 고수익=거래소는 우선 코스닥의 주가가 쉽게 날뛴다는 편견을 반박했다. 코스닥종목의 주가 변동성이 올 들어 점차 감소, 대형 상장사들로 이뤄진 코스피 수준에 근접했다는 것이다. 일간 변동성 기준으로 코스닥의 변동성은 2011년 4.63%였지만 올 상반기 2.91%까지 안정됐다. 현재 상태에서 코스닥이 코스피보다 안정적이라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변동성의 감소 폭은 오히려 코스닥이 크다.
거래소는 코스닥에 꼬리표처럼 따라다니는 신뢰도 문제도 어느 정도 해결 국면이라고 강조한다. 여전히 일부 저가주가 ‘작전 세력’에 동원되긴 하지만, 지속적인 시장 정화 노력으로 불공정거래 타깃이 적어졌다는 주장이다. 관리종목으로 지정된 건수는 2012년 193건에서 지난해 141건, 올 상반기 69건으로 줄었다. 불성실공시법인 지정 건수도 같은 기간 76건에서 23건까지 감소했다.
“오래 묻어둘 돈이라면 코스닥이 코스피보다 자금 불리기에 오히려 유리하다”는 신선한 내용도 ‘오해와 진실’ 문건에 포함됐다. 2011년부터의 장기 투자를 가정하면 코스닥의 투자성과는 코스피보다 뛰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2011년 초부터 지난 6월 말까지 3년6개월간 상장지수펀드(ETF)를 제외한 코스닥 개별종목의 평균 수익률은 34.43%로 코스피 종목들 평균치(31.52%)를 뛰어넘었다.
코스닥 장기수익률이 코스피를 앞선 데에는 이유가 있었다. 거래소 관계자는 “코스닥 기업이 코스피에 비해 규모는 작지만 수익성과 재무안정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코스닥 전체 기업의 영업이익률은 8.7%로 코스피(6.7%)보다 높다. 반면 평균 부채비율은 코스닥 기업이 100.7%, 코스피는 185.4%로 조사됐다.
◇“재평가해 달라”=중후장대(重厚長大)형 우량주가 없고 중소형주 비중이 큰 신시장의 특성상 코스닥은 기관과 외국인으로부터 외면 받아 왔다. 하지만 이러한 분위기도 조금씩 바뀌고 있다. 코스닥 시장의 기관·외국인 매매비중 합계는 2012년 7.4%에서 지난해 10.1%로 늘었고, 지난 6월 말에는 11.6%를 기록했다. 지난해 말 기준 ‘큰손’ 국민연금이 5% 이상 지분을 취득한 종목은 260개인데, 53개(20.4%)가 코스닥 종목이다.
거래소는 “코스닥은 국민 경제 기여도가 낮다”는 항간의 지적에도 고개를 젓는다. 코스닥 상장법인이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매출 비중은 2009년 7.5%, 2011년 9.4%, 지난해 9.9%로 지속 증가세다. 시장 개설 이후 중소벤처기업 자금 지원 규모가 51조9000억원에 달하며, 이를 통해 네이버와 다음까지 성장시켰다는 게 거래소의 반박이다. 고용 창출 기능도 언급됐다. 문건에는 “상장 이후 5년을 버틴 코스닥 상장사는 종업원 증가율이 26.9%였다”는 내용의 통계가 있다.
거래소는 코스닥 상장을 앞둔 모바일 거대기업 다음카카오에 기대를 걸고 있다. 다음카카오는 시가총액이 약 10조원까지 전망되고 있는데, 이는 코스피 시장에서도 25위 수준이다. 거래소 고위 관계자는 “다음카카오가 10월 셋째주 월요일을 전후해 마침내 상장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
[단독] 수익률 뛰고 변동성 낮아졌는데… “코스닥, 2부리그 취급 억울합니다”
입력 2014-08-29 04: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