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안 죽는다는 생각이 안전불감증 근원”

입력 2014-08-29 03:29

연세대 사회환경시스템공학부 조원철(65·사진) 교수는 외출할 때 반드시 가방 안에 ‘검은 비닐봉투’를 챙긴다. 지하철 등 밀폐된 공간에서 불이 날 경우 응급 산소마스크 대용으로 쓰기 위해서다. 그의 승용차 안에는 안전모와 방독마스크, 수난사고 구조 도구로 쓰기 위해 페트병을 매단 10m짜리 밧줄 5개가 비치돼 있다. 국내 최고의 ‘방재 전문가’인 조 교수가 29일 교수 생활을 마치고 퇴임한다.

조 교수는 28일 “‘나는 안 죽는다’는 생각이 안전불감증의 근원”이라며 “누구도 예기치 못한 재난재해에서 벗어날 수 없지만 누구나 피해를 최소화할 준비는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가정에선 항상 부엌 근처에 액체 소화기를 비치하는 게 좋다”며 “간단하고 별것 아닌 듯한 대비가 위급한 상황에서는 큰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다.

조 교수는 한국이 ‘방재 불모지’였던 1978년 미국 펜실베이니아대에서 ‘도시화에 따른 불안전 재해 문제’ 과목을 수강하며 방재 분야에 관심을 갖게 됐다. 그는 “도시화로 인해 그간 경험하지 못한 불안전한 일들이 발생한다는 사실을 깨닫고 지적 호기심이 생겼다”고 했다.

1984년부터 연세대 강단에 선 조 교수는 이원환 연세대 명예교수와 1993년 국내 첫 민간 재해연구 기관인 연세대 공대 부설 재해연구소를 설립했다. 1997년 정부가 국가 재난관리 선진화를 위해 세운 국립방재연구소의 초대 소장, 대통령비서실 수해방지대책기획단장 등도 지냈다. 방재 분야 대학교수 70여명과 기술 안전 전문가 1800여명이 그의 제자다.

정부가 시·군·구 단위에서부터 시작하는 현장 중심의 방재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는 게 조 교수의 생각이다. 그는 “지금까지 안전에 대한 투자를 낭비로 여기는 경향이 있었지만 가장 효율적인 분야에 대한 과감한 투자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전수민 기자 suminis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