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협하지 않는 음악 보여주는 것이 철학”

입력 2014-08-29 05:03
히피 차림이 트레이드마크가 된 미국 재즈 전문 레이블 블루노트의 CEO 돈 워스. 그는 이메일 인터뷰에서 아티스트들의 타협하지 않는 음악을 보여주는 게 블루노트의 철학이라고 강조했다. 사진작가 가비 포터(Gabi Porter) 제공

"사막으로 여행을 다녀온 친구가 선물해 준 선인장 섬유로 된 옷을 입고 있습니다. 멋지지만 불편해서 인터뷰가 끝나는 대로 갈아입을 겁니다."

세계적인 미국 재즈 전문 레이블(음반 브랜드) 블루노트의 최고경영자(CEO)인 돈 워스(62)는 나이답지 않은 괴짜 행보로 늘 화제를 모은다. 이전 사장이었던 브라이스 룬더발이 수트 차림의 전형적인 젠틀맨이었다면 그는 늘 히피 차림이다.

블루노트 창립 75주년을 맞아 그와 이메일 인터뷰를 했다. 질문에 대해 28일 보내온 답변에서도 그는 자유롭게 자신을 표현했다.

'지금 무슨 옷을 입고 있느냐'는 질문에 "선인장 섬유로 만든 옷"이라며 "내 스타일에 이름을 붙이자면 '나이 든 히피 베이스 연주자가 사장이 돼 자기 마음대로 입는 옷'"이라고 말했다.

그는 2012년 블루노트 경영을 맡기 전까지 아티스트였다. 베이스 연주자로 밥 딜런이나 엘턴 존 등과 함께 무대에 올랐고 프로듀서로 데뷔한 뒤 89년과 94년 그래미 올해의 앨범과 올해의 프로듀서 상을 수상했다. 옷차림은 자유롭지만 블루노트의 경영 철학만큼은 놓치지 않는다.

블루노트는 1939년 독일 나치 정권의 유대인 박해를 피해 미국에 정착한 유대계 독일인 알프레드 라이언이 설립했다. 라이언은 '아티스트 지상주의'로 집약되는 운영 철학을 고집하며 재즈명가로 키웠다. 현재 노라 존스와 웨인 쇼터, 다이앤 리브스 등이 블루노트 소속이다.

워스는 옳은 결정을 내리기 위해 라이언이 만든 기업 강령을 매주 참고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기업 강령 중 한 부분을 소개했다.

'음악적인 느낌을 진정한 방식으로 표현해 낸다면 어떤 연주 스타일이건 진실된 음악이다. 블루노트 음반들은 우리 아티스트들의 타협하지 않는 음악을 보여주기 위해 만들어진다'.

그는 블루노트의 미학을 완벽히 보여주는 대목이라고 말했다.

최근엔 정통 재즈부터 포크, 솔, 팝 등 다양한 장르를 아우르는 아티스트를 발굴하는 등 음악적 스펙트럼을 넓혀가고 있다.

"우리는 사람들의 마음을 건드리며 일상의 한 부분에 자리 잡는 음악을 만들어내는 음악가들과 함께 일하고자 합니다. 컨트리와 재즈를 결합한 노라 존스나 재즈 역사상 가장 위대한 색소포니스트인 웨인 쇼터의 노래는 표면적으로 들리는 사운드는 꽤 다르더라도 그 부분에선 큰 차이가 없어요."

그럼에도 일부 사람들은 블루노트의 정통 재즈에 대한 향수를 열망하고 있다.

워스도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것과 과거 블루노트의 정통성 사이에서 고민 중"이라고 고백했다. 그러면서 새로운 스타일을 만들어내는 것 또한 블루노트의 전통이라고 말했다.

블루노트 레이블을 꿈꾸는 한국의 재즈 뮤지션들을 위한 조언도 잊지 않았다.

"(저는) 무언가를 느끼게 해주는 아티스트들에게 관심이 있습니다. 얼마나 많은 음표를 얼마나 빨리 연주하는지, 얼마나 기술적으로 연주를 잘하는지는 관심이 없습니다."서윤경 기자 y27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