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대남 선전용 인터넷 매체 ‘우리민족끼리’에 올라온 글을 트위터에 리트윗한 혐의(국가보안법 위반) 등으로 기소된 박정근(26)씨가 무죄를 확정받았다. 대법원은 트위터 글의 이적성(적을 이롭게 하는 행위)을 판단할 때는 그동안 작성한 글의 전체적인 맥락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기존 판례를 재확인했다.
박씨는 2010년 12월∼2011년 12월 우리민족끼리의 트위터 계정을 팔로한 뒤 우리민족끼리가 전송하는 대변인 성명·논평, 노동신문 사설 등을 자신의 팔로어(약 3700명)들에게 리트윗하는 방식으로 전송한 혐의를 받았다. 또 ‘수령님의 높은 뜻 받들어 내년엔 제대로 살겠습니다’는 식의 글도 자신의 트위터에 게재했다. 검찰은 북한을 찬양·고무하기 위한 글이라 판단해 박씨를 2012년 재판에 넘겼다. 트위터에서 게시물을 리트윗했다가 구속된 세계 최초의 사례로 알려지면서 국제인권단체 앰네스티 보고서와 뉴욕타임스 등 외신에 소개되기도 했다.
박씨는 문제가 된 글들을 북한을 풍자·조롱하려고 올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박씨는 ‘장군님이 자웅동체라는 거 아십니까? 어머니라 부르고 아버지라 부릅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에 조의를 표하며 조문 대신에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에 우라늄과 플루토늄을 조의의 뜻으로 보내겠습니다’ ‘김정은 청년대장 동지는 사실 스위스에서 초콜릿 제조를 1년 배웠다’는 조롱성 글들도 트위터에 올렸다.
1·2심의 판단은 정반대였다. 1심 재판부는 “북한을 조롱하기 위해 올린 글이라 할지라도 팔로어들이 그 의도를 알아채기는 어렵다”며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여러 사람의 글이 실시간으로 올라오는 트위터 특성상 팔로어들이 박씨의 글만 지속적으로 살펴볼 수는 없다. 때문에 실제 의도가 조롱이라 하더라도 외형상 북한을 찬양하는 글을 본 사람들이 게시자의 의도를 명확히 알 수 없다는 것이다.
반면 항소심 재판부는 박씨의 주장을 받아들여 무죄를 선고했다. 전체 글의 맥락과 작성 경위를 보면 박씨가 평소 북한을 비판적 입장에서 조롱·풍자했다고 볼 수 있다는 설명이다. 대법원 2부(주심 이상훈 대법관)도 28일 원심 판단을 받아들여 박씨에 대한 무죄 선고를 확정했다. 재판부는 “표현물의 이적성을 판단할 때는 피고인의 경력과 지위, 작성 경위, 실질적인 목표 등 간접사실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기존 판례를 인용했다. 박씨는 선고 직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 청사 앞에서 “비슷한 혐의로 수사받은 다른 분들이 오늘 판결을 통해 좋은 쪽으로 갈 수 있다고 생각하니 기쁘다”고 말했다.
정현수 기자 jukebox@kmib.co.kr
北 찬양인가 조롱인가… “글 전체 맥락·작성경위 고려해야”
입력 2014-08-29 04: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