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0명 先주문한 학술서… ‘피케티 열풍’ 카운트다운

입력 2014-08-29 03:24
책 한 권으로 전 세계적 주목을 받은 프랑스 경제학자 토마 피케티가 ‘21세기 자본’ 한국어판 출간을 계기로 다음 달 방한한다. 글항아리 제공

올 초부터 세계를 떠들썩하게 만들고 있는 ‘피케티 열풍’이 다음 달 한국에 상륙한다.

43세의 프랑스 경제학자 토마 피케티를 단숨에 세계적인 스타로 만든 책 ‘21세기 자본’이 한국어로 출간되고, 피케티 교수가 방한한다. 또 피케티와 관련한 저작들이 쏟아질 예정이고, 학술모임도 연달아 열린다. 불평등 문제를 다룬 이 책이 하반기 한국 사회를 뒤흔들지 주목된다.

‘21세기 자본’ 한국어판을 내는 출판사 글항아리는 다음 달 11일 책이 서점에 배포될 예정이라고 28일 밝혔다. 847쪽 분량에 정가 3만3000원으로 책정했다. 현재 예약 판매는 3000부에 이른다.

‘21세기 자본’은 지난 해 프랑스어로 처음 선보였고, 올 초 미국에서 영어 번역판이 나오면서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다. 한국어판 번역은 장경덕씨 등이 맡았고, 이강국 리츠메이칸대 경제학부 교수가 감수했으며, 이정우 경북대 교수(경제통상학부)가 해제를 썼다.

300여년에 걸친 통계 자료 분석을 토대로 부가 노동보다 자본에 더 많이 돌아가는 구조가 불평등을 낳는 원인임을 밝혀내고, 누진적 소득세율 등을 해법으로 제시한 ‘21세기 자본’은 출간과 동시에 격렬한 논쟁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정우 교수는 해제에서 “피케티를 둘러싼 시시비비는 하도 다양해서 이런 논쟁을 정리하기만 해도 책이 한 권 나올 정도”라며 “폴 크루그먼 같은 진보적인 경제학자는 피케티를 아주 높이 평가하는 반면, 현재 세계에서 제일 많이 팔리는 교과서 ‘경제학원론’의 저자인 그레고리 맨큐 같은 보수적인 경제학자는 피케티를 혹평하고 있다”고 전했다.

피케티는 한국어판 출간을 계기로 내달 18일 오후 한국을 방문한다. 2박3일 방한 일정에는 국내외 경제전문가들과의 토론, 기자회견, 대중강연 등이 포함돼 있다.

출판사들은 피케티 관련 후속작들을 준비 중이다. 글항아리는 ‘21세기 자본’과 관련한 세계적 논쟁들을 소개하는 ‘피케티 패닉’을 출간한다. 피케티가 공저자로 참여한 ‘불평등의 경제학’ 출간을 예정한 곳도 있고, ‘21세기 자본’에 대한 국내 전문가들 리뷰를 묶은 책도 준비되고 있다.

학계의 움직임도 활발하다. 29일 한국사회경제학회 주최로 ‘21세기 자본과 한국 경제’라는 제목의 학술대회가 열린다. 이번 세미나를 준비한 김정주 한양대 교수는 “경제학계의 주류, 비주류 구분 없이 피케티를 공부하는 소규모 연구모임이 이미 굉장히 많다”며 “책이 출간되고 피케티가 방한하면 학계의 관심은 더욱 고조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글항아리는 ‘21세기 자본’ 초판 발행부수를 3만부로 결정했다. 대개 인문·사회서 등의 초판이 2000∼3000부 인 점을 감안하면 이 책에 대한 기대가 얼마나 큰 지 짐작하게 한다. 강성민 글항아리 대표는 “책이 실제로 나오고 사람들이 읽기 시작하면 사회적으로 엄청난 담론이 형성될 것으로 예상한다”며 “책이 굉장한 중요한 문제를 다루고 있기 때문”고 말했다.

김남중 기자 n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