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전국적인 싱크홀 대책 시급하다

입력 2014-08-29 03:30
서울 석촌지하차도 밑에서 발견된 80m 길이의 거대 공동(空洞·텅 빈 동굴) 등은 지하철 9호선 3단계 실드(Shield) 터널 부실 공사 때문이라는 민간전문가 조사단의 조사 결과가 나왔다. 조사단은 지하철 9호선 공사를 맡은 삼성물산이 당초 예측한 굴착량보다 14% 많은 토사를 파냈고, 지반 붕괴를 막기 위해 특수용액으로 터널 주변 지반을 단단하게 만드는 작업을 했으나 시공이 완벽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삼성물산은 지난해 7월 공동 발생을 가정한 현장조치 행동 매뉴얼까지 작성했다고 한다. 공동 발생 위험을 미리 알고 있었다는 얘긴데 건설사의 안전불감증에 경악할 따름이다.

석촌지하차도 인근의 싱크홀 조사가 아니었더라면 25층짜리 아파트를 통째로 삼킬 공간이 매일 지나다니는 발밑에 있다는 것도 까마득히 몰랐을 뻔했다. 엉터리 공사를 한 삼성물산도 문제지만 공사 감독을 맡은 감리사나 지하철 건설 총책임자인 서울시는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건설사의 부실 시공이 문제라면 지난 40년간 파헤친 서울과 지방 대도시 지하철과 철도 터널 공사 뒷마무리가 제대로 됐다고 장담할 수 없는 노릇이다. 서울 지하철 9호선 가운데 실드 공법으로 굴착한 곳은 모두 4곳이다. 이번에 공동 7개가 발견된 919공구를 포함한 석촌지하차도 부근 3곳과 공사가 끝난 여의도 구간이다. 정부와 지자체들은 전국적으로 공사가 이미 끝난 구간과 대형 지하 토목공사가 진행 중인 곳에 대한 철저한 조사를 통해 국민들의 불안을 덜어줘야 한다.

최근 전국에서 잇따라 발생하는 싱크홀에 대한 전면 조사와 대책도 시급하다. 언제 어디서 땅이 꺼질지 모른다고 생각하면 아찔하다. 지하시설뿐만 아니라 지질·지하수 정보까지 담긴 땅속 지도와 공사 이력을 담은 땅속 족보를 만들어 지금부터라도 지하공간을 체계적으로 관리해야 하는 이유다. 아울러 공동 발생이 제2롯데월드 건설과 관련이 없다고 하더라도 지반침하 논란이 계속되는 만큼 충분한 안전성이 검증될 때까지 제2롯데월드 저층부 개장을 서둘러선 안 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