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관가 뒷談] 흉흉한 ‘행복도시’

입력 2014-08-29 04:17

정부부처의 세종청사(사진) 이전으로 가족과 떨어져 살던 공무원이 실종 3일 만에 변사체로 발견됐다. 청사 이전 이후 2년이 안된 지금까지 이번 사건을 포함해 모두 5명의 공무원이 스스로 목숨을 끊거나 사고로 사망했다. 실종 사건을 접한 공무원들은 “행복도시를 표방한 세종시가 실제로는 ‘흉흉한 세종시’로 전락한 것 같다”며 안타까워하고 있다.

28일 세종경찰서 등에 따르면 모 부처 소속 40대 초반 공무원 A씨가 지난 22일 오전 4시23분 세종시 첫마을 아파트 CCTV에 찍힌 모습을 마지막으로 실종됐다. A씨의 부인은 남편이 실종 당일 저녁 금요일인데도 수도권에 있는 집으로 돌아오지 않고 연락이 되지 않자 경찰에 실종 신고를 했다. 이후 첫마을 주변에는 A씨를 찾는 플래카드가 내걸렸다. 경찰 조사 결과 A씨는 실종 전날 저녁 같은 부서 동료들과 새벽까지 이어진 회식자리를 가졌고 첫마을 근처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사라졌다. 그를 마지막으로 본 택시기사는 “첫마을 부근에서 내려 달라고 했다”고 진술했다. A씨는 지난 25일 오전 첫마을 옆 금강 세종보에서 익사체로 발견됐다.

경찰은 정확한 사인을 규명하기 위해 부검을 의뢰한 상태다. A씨의 한 동료는 “성격이 원만하고 일 잘하는 직원이었다”며 “실종되던 날 회식 자리에서 이상한 징후도 없었다”고 말했다.

A씨 실종 사건이 알려지면서 세종시 공무원들은 평소보다 일찍 귀가하는 등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경제부처의 한 공무원은 “세종시로 이주하면서 가족과 떨어져 살다 보니 관리해줄 사람이 없어 외로움을 자주 느낀다”며 “남일 같지 않다”고 안타까워했다.

세종=윤성민 기자 wood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