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기한 휴전 합의로 숨을 돌린 이스라엘과 하마스가 27일(현지시간) 일제히 ‘승리’를 선언하며 여론몰이로 내부 단속에 나섰다. 가자지구가 속속 도착하는 난민과 구호물자로 활기를 띤 반면 이스라엘 정부는 하마스 척결에 실패했다는 자국 내 강경파들의 비판에 홍역을 앓고 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국영TV로 중계된 기자회견에서 “하마스는 큰 타격을 받았고 요구했던 바를 아무것도 얻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하마스가 있는 한 팔레스타인과의 갈등을 협상으로 해결하기는 불가능하다”며 팔레스타인자치정부(PA)의 가자지구 통치를 촉구했다.
하마스 역시 “팔레스타인이 시오니스트(유대민족주의자) 테러에도 꿋꿋하게 맞서 군사적 승리를 거뒀다”고 자평했다. 아부 오베이다 대변인은 이스라엘 국기를 밟고 선 채 “가자지구는 어떤 군대도 해내지 못한 일을 달성했다”고 연설했다.
엇갈리는 승리 선언에도 포화는 멈췄고 피난민들이 귀가하면서 가자지구는 활기를 되찾았다. 유엔 세계식량계획(WFP)은 2007년 이후 처음으로 구호식량을 가자지구에 지원했고 사우디와 오만, 터키 등 주변국에서도 구호물품이 답지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정치적인 이해득실을 고려해 이번 전쟁의 실질적인 승자로 하마스와 이스라엘 우익을 지목했다. FT는 특히 하마스가 막강한 전력의 이스라엘을 상대로 전쟁을 치른 것만으로 지지자들의 결집을 이끌어냈다는 점에 주목했다.
이스라엘 우익 강경파는 어중간한 성과에 그친 네타냐후 정권을 몰아세워 반사이익을 누렸다. 대표주자 격인 아비그도르 리버만 외무장관은 “근본적인 문제해결을 위해 가자지구를 점령해야 한다”며 연신 강경발언을 쏟아냈고 국민들도 동조했다. 휴전을 강행한 네타냐후 총리는 지지율 급락으로 최대 패자로 꼽혔다. 이스라엘 일간 하레츠의 여론조사결과 총리 지지도는 한 달 전 82%에서 32%까지 급락해 향후 극우세력의 약진을 예고했다.
정건희 기자 moderato@kmib.co.kr
이스라엘·하마스 ‘승리 합창’
입력 2014-08-29 03: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