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유가족인 ‘유민아빠’ 김영오씨가 46일간 이어온 단식을 중단했다. 단식은 정치적, 사회적 목적 달성을 위한 수단이지만 건강을 치명적으로 해칠 수도 있기 때문에 자제돼야 한다. 뒤늦게나마 그가 단식을 중단한 것은 다행이다. 이를 계기로 정치권이 극한 대립의 고리를 끊고 진정성 있는 대화를 통해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조기에 마무리지어야겠다.
우선 장외투쟁 중인 새정치민주연합은 하루빨리 국회로 돌아와야 한다. 지난 26일 국회를 박차고 나간 새정치연합에 대한 국민 시선은 상상 이상으로 싸늘하다. 언론사들이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장외투쟁 찬성자는 반대자의 절반에도 훨씬 못 미친다. 야당 지지자 상당수도 장외투쟁은 반대다. 장외투쟁이란 것이 군사독재 시절 소수 야당의 투쟁 수단이지 130석 거대 야당의 선택지가 아니라는 것을 국민들이 잘 알고 있다는 뜻일 게다. 경제 살리기 및 민생 법안을 세월호법과 별도로 조속히 처리하라는 국민의 명령이기도 하다.
새정치연합이 장외로 나간 것은 중대한 실책이다. 당 지도부가 세월호법 협상에서 새누리당과 두 번이나 합의해 놓고 당내 추인을 받지 못한 채 유가족들의 강경한 요구에 이리저리 휩쓸리는 모습에 국민 실망이 컸다고 본다. 대통령 후보까지 지낸 문재인 의원조차 유가족들을 설득하기는커녕 사실상 동조 단식을 했으니 무슨 말을 더 하겠는가. 당장은 자기네 편에 서는 유가족들로부터 박수를 받을지 모르겠지만 무책임하기 짝이 없는 행동이다.
새정치연합은 김영오씨의 단식 중단에도 불구하고 일단은 장외투쟁을 계속할 계획이라고 한다. ‘빈손 회군’에 대한 당 내외 따가운 시선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겠지만 국회 복귀는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무려 54일간 장외투쟁을 벌였지만 뚜렷한 성과 없이 복귀해야 했던 지난해 가을의 아픔을 되풀이하지 않기 바란다. “가장 강력한 투쟁 장소는 국회”라는 박지원 의원의 발언과 점점 늘어나는 당내 장외투쟁 반대파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 당 내외 분위기를 종합해 볼 때 새정치연합이 장외에서 목표를 달성하기는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유가족들의 의견은 경청하되 특별법은 새누리당과 머리를 맞대고 해법을 찾는 게 순리다. 다음달 1일 열리는 정기국회마저 보이콧할 경우 엄청난 국민 저항을 각오해야 할 것이다.
새누리당도 국정마비 직전에 이른 작금의 비상 상황을 주도적으로 타개해야 할 책무가 있는 만큼 유가족들과 진심어린 대화를 나누고, 야당과의 추가 협상에 대비해 제3의 양보안을 준비해야겠다. 특별검사와 관련, 야당과 유가족이 복수로 추천한 후보들 중 2명을 선정하거나 야당과 유가족에게 추천권을 넘겨주되 조사 범위를 제한하는 방안 등이 당내에서 거론되는 만큼 긍정적으로 검토해 봄직하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유가족들은 정치권에 의견을 제시하되 여야 협상 결과에는 반드시 승복해야 한다.
[사설] 한계 부닥친 野 장외투쟁, 국회에서 해법 찾아라
입력 2014-08-29 04: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