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온의 소리-김도일] 사랑의 지식으로 출발하라

입력 2014-08-29 03:05

여름과 가을이 교대식을 하는 8월의 끝자락에 와 있다. 초·중·고등학교 학생들은 이미 개학을 해서 학교에 다니기 시작했고 대학도 이제 개학을 한다. 다시금 책상으로 돌아가는 시간이 된 것이다.

파커 J 파머는 퀘이커교도로 기독교교육과 관련해 유익한 글을 많이 썼다. 그는 저서 ‘가르침과 배움의 영성’에서 지식의 기원을 ‘호기심’ ‘지배욕’ ‘사랑’으로 설명하고 있다.

호기심에서 출발하는 지식은 순수하고 사변적인 동기에서 출발하는 지식이며 그 자체가 목적이 되는 지식이다. 호기심을 통해 사물을 통찰하고 그 신비를 벗기기를 원하는 지식이다. 갓난아기들은 무엇이든 보기만 해도 입에 집어넣는다. 그것은 먹기 위해서가 아니라 알기 위해서다. 입으로 세상을 알아가는 단계의 성장과정이기에 보이는 것마다 입으로 가져가는 것이다. 사소한 행동 같지만 세상을 탐색하고 지식의 세계를 넓혀가는, 진지하고도 구체적인 배움의 과정인 것이다. 이러한 배움은 마냥 즐겁고 행복하다. 세상을 향해 발걸음을 내딛고 미지의 것들을 탐색해 가면서 자신의 존재를 세상 속에서 인식해 가는 것이다.

지배적 동기에서 출발하는 지식은 타인과 자연을 대상화해서 지배하고자 하는 동기에서 출발하는 지식이다. 이것은 실용적 목적을 위한 수단으로 사용되는 지식을 의미한다. 일례로 취업과 승진, 입시를 위한 공부들은 대부분 지배적 동기에서 시작되는 것이다. 삶의 과정 속에는 필수적으로 이러한 지배적 동기에서 공부를 해야 하는 시간들이 있다. 지배적 목적에서 지식을 탐색함으로서 세상은 진보할 수 있다. 지식의 세계가 날로 확장될 수 있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그러나 우리는 여기서 멈추면 안 된다. 반드시 연민과 사랑에서 유래하는 지식의 높은 차원이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 이러한 지식은 사랑함으로써 알게 되는 지식이다. 깨어진 자아와 세상을 재결합하고 재구성하는 지식이며 상대방의 현실 안으로 들어가 감싸안는 지식이다.

사랑할 때 비로소 인간은 타인을 온전하게 이해할 수 있다. 사랑의 지식은 감수성의 지식이며 상상력의 지식이고 공감의 지식이다. 그러기에 균열되고 갈등하고 신음하는 이 세상을 치유할 수 있는 지식이다. 하나님의 마음을 온전히 알 수 있는 지식도 바로 사랑에서 출발할 때 가능하다.

얼마 전 프란치스코 교황이 방한했을 때 광화문 광장에서 단식하는 세월호 참사 유가족의 손을 잡아 주는 장면이 보도됐다. 신앙노선의 차원을 떠나 자식 잃은 아비의 거칠고 야윈 손을 잡고 콧등이 빨개지는 그의 모습에 다들 가슴이 저렸을 것이다. 그러한 연민과 사랑의 장면조차 정치와 종교와 이념으로 판단하고 설명한다면 그것은 지배적 욕구에서 나오는 지식일 뿐이다.

오늘날 우리 사회의 많은 병폐들은 결코 지식이 없어서 생기는 것이 아니다. 바로 ‘사랑의 지식’이 부족해서 오는 갈급함이다. 새로운 학기를 시작하며 옷매무새를 여무는 때다. 여름의 수련회를 마치고 이제는 가을의 새로운 길로 들어서려는 지금, 가을바람이 부드럽게 다가와 사람의 마음을 어루만지는 것처럼 사랑의 지식을 채우는 책장을 펴야 할 때다.

김도일 교수(장신대 기독교교육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