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직격 인터뷰] 오종석 정치부장이 정의화 국회의장을 만나다

입력 2014-08-29 04:18
정의화 국회의장은 지난 26일 국회의장실에서 가진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국회의원들이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잃었다”며 “말 한마디 행동 하나에도 품격이 있어야 하고 대화와 타협의 정치를 해야 신뢰를 회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김태형 선임기자

정의화(66) 국회의장은 요즘 새벽 4시쯤 잠에서 깬다. 지난 5월 말 의장 취임 이후 3개월 동안 무게감 때문에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했다고 한다. 특히 최근 세월호 특별법 문제로 민생법안 처리가 '올스톱'되는 등 국회가 마비되고 정치권이 비판을 받고 있어 더욱 그렇다. 그럼에도 지난 26일 국회의장실에서 만난 그는 의욕이 넘쳐났다. 부드러운 이미지이면서도 긍정적이고 적극적이었다. 국회 신뢰회복부터 사회통합, 남북 화해와 협력 등 뚜벅뚜벅 할 일을 해나가겠다는 강한 의지를 피력했다.

-세월호 특별법 문제로 정국이 꽉 막혀 있어 정치권이 비판을 받고 있다. 끝이 안 보이는 여야 대치 정국을 풀 수 있는 해법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우선 불신이 깔려 있기 때문에 결국 이렇게까지 됐다고 본다. 검찰이 신뢰받지 못했고, 그래서 여야가 힘들게 논의해 상설특검을 만들었다. 그랬으면 상설특검법에 따라 진행돼야 한다. 그런데 이것마저 꼬인 것은 (정치권에 대한) 불신이 깔려 있기 때문이다. 서로 통합, 타협의 방향으로 가지 않고 오히려 갈등을 증폭시키고 분열을 일으키는 상황으로 가고 있다. 이래서는 미래가 걱정스럽다. 우리 사회 불신의 벽을 없애야 한다. 논쟁을 할 때 바람직한 방향으로 끌고 가지 못하고 갈등과 분열로 가는 고질병을 고쳐야 한다.

여야 원내대표 및 유가족들이 논의하는 과정이기 때문에 결국은 해법을 찾을 것으로 본다. 여야 합의를 기반으로 유가족을 만나 대화하고 설득하다 보면 미진한 부분은 합의가 가능할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면담을 요구하는 유가족을 만나줘야 하는 것 아니냐는 여론이 있다. 대통령이 아니라면 정무수석이라도 현장에 가서 얼굴을 비쳐야 한다는 얘기도 있는데.

“지난 25일 박 대통령이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했다. 거기서 대통령이 유족들을 위로하고, 특히 단식하고 있는 분들에 대해 건강을 챙기라는 등 말씀이 있었으면 좋았겠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 정치시스템을 보면 나라를 경영하는 대통령은 1분 1초 어떤 일이 벌어질지 늘 신경 써야 하고, 또 직접 가는 건 경호의 어려움이 있는 등 여러 문제가 간단치 않다.

사실 정무수석보다는 국무총리가 나서야 한다. 국무총리가 가서 대통령 말씀도 전하고, 정부가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답도 해주고, 위로도 해주는 게 맞다고 본다.”

-국회의장이 된 뒤 바라본 한국 국회의 가장 큰 문제점과 개선 방안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국회의 권위 실추가 제일 문제다. 국회의원들이 그동안 보여준 모습은 국민들에게 신뢰를 받지 못했다. 상징적인 사건이 세월호 특별법 협상이다. 국민 대표인 여야가 합의하고 재협상까지 했는데, 유가족들이 맘에 안 든다고 해 야당이 3자 협의체를 주장하고 있다. 국회 권위가 실추됐기 때문에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게 아닌가 생각한다. 신뢰받는 국회가 되도록 의원 전체가 말 한마디 행동 하나하나 품격 있고, 서로 존중하고, 당끼리 호혜하고,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야 한다. 국회의원 스스로 품격 높은 국회를 만들고, 민생을 챙기고, 대화와 타협으로 신뢰를 쌓아야 한다.”

-박 대통령과 핫라인을 개설했다고 밝혔다. 최근에는 어떤 의견을 교환했나.

“지난 광복절에 뵙고 얘기도 좀 했다. 대통령은 국정 운영에 여념이 없다. 전화할 일이 있으면 저녁식사 후 여유 있는 시간에 하려고 노력한다.”

-분권형 대통령제 개헌과 통일헌법에 대해 본격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는데.

“다음 대선이 3년 반 남았다. 그때 출마하겠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나와서 룰을 만들면 되겠나. 제척 사유가 될 수 있다. 때문에 권력 구조 부분은 차차기로 하기로 하고 논의하면 좋은 답이 나올 것이다. 대통령은 외교와 안보를 맡고 나머지는 총리가 하는 분권형 권력구조, 궁극적으로는 의원내각제로 가는 게 맞다고 본다.

통일헌법은 남북 국회 회담을 통해 자주 소통하고 교류하다 보면 자연히 국회 차원에서 만들게 될 것이다.

-‘영호남 화합 전도사’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지역감정 해소를 위해 노력해 왔다. 국회의원 선거구제와도 연관이 있다. 소선거구제를 바탕으로 한 현행 제도의 개편 필요성을 언급했는데 구체적인 계획은.

“정개특위가 구성돼서 올해 하반기 정기국회 중에 특위가 만들어져 본격 논의를 해야 한다. 중·대선거구제를 바탕으로 석패율제, 권역별 비례대표제 등을 검토해야 한다. 또 지금과 같은 양당제는 승자독식 구조로 분열 가능성이 높다. 다당제가 돼야 한다. 이를 위해 필요하면 교섭단체 의석수를 줄일 수도 있다. 당이 3∼4개 되면 독일처럼 연정도 가능하고 통합 쪽으로 갈 수 있다. 18년 정치하면서 느낀 게 다당제, 연정의 필요성이다. 우리 사회를 하나로 통합하고 통일로 가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다.”

-남북 국회 회담을 추진할 것이라고 여러 차례 밝혔다. 준비가 어디까지 진행됐는지와 향후 계획 등을 밝혀 달라.

“내가 신경외과 전문의다. 신경외과 의사는 두개골 수술할 때 드릴로 구멍을 내야 한다. 지금 남북은 교착상태에 빠져 있다. 누군가가 드릴로 뚫어야 한다. 신경의사가 드릴링하고 열듯이 그걸 국회가 해야 한다. 국회 수장인 의장이 나서서 해야 한다고 보고 남북 국회 회담도 추진하고 있다. 국회 회담을 통해 교착상태에 빠진 통로를 열어서 상호 교류하고 소통하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 그리고 행정부가 움직이고, 궁극적으로는 정상회담으로 풀어야 한다. 대통령도 8·15 경축사를 통해 남북관계 개선 의지를 보였다.

정부와 소통을 통해서 보조를 맞추고 있다, 통일부 장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관계자 등을 만나 조율하고 있다. 그러나 국회 회담을 남도 북도 정치적 악용이나 선전도구로 사용해선 안 된다. 아주 진중하게 돌다리를 두드리며 한 발짝씩 나아갈 생각이다.”

-대권 도전 얘기도 나온다.

“국회의장이란 자리는 굉장히 중요하다. 2년간 내 신념과 정치철학에 따라 뚜벅뚜벅 걸어가는 마이웨이를 택할 것이다. 정치하면 이런저런 얘기 나오지만 그런 건 하늘의 뜻이지 나온다고 되고 원치 않는다고 안 하고 하는 건 아니다.”

-의장 임기 중에 반드시 이뤄내고 싶은 일을 하나만 꼽는다면.

“하나만 꼽으라면 남북 화해와 협력이다. 하나 더 꼽는다면 국민에게 신뢰받는 국회를 만드는 것이다.”

오종석 정치부장 js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