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시작 2분 만에 번개슛… 손세이셔널 ‘해결사 본능’

입력 2014-08-29 03:31
‘손세이셔널’ 손흥민(22·레버쿠젠)이 2014∼2015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플레이오프에서 2경기 연속 결승골을 터뜨렸다. 수비 부담에서 벗어나자 해결사 본능이 절정에 달한 느낌이다. 이대로라면 3시즌 연속 두 자릿수 득점 기록과 함께 자신의 한 시즌 최다 골 기록(12골)도 경신할 전망이다.

◇2경기 연속 결승골=손흥민은 28일(한국시간) 독일 레버쿠젠의 바이아레나에서 열린 덴마크 코펜하겐과의 대회 플레이오프 2차전에 선발로 출장해 2분 만에 결승골을 터뜨려 레버쿠젠의 4대 0 대승을 이끌었다. 손흥민은 지난 20일 열린 1차전에서 전반 42분 양 팀의 2-2 균형을 무너뜨리는 결승골을 넣었다. 이로써 손흥민은 한국 선수 중 한 시즌 UEFA 챔피언스리그 최다 골 보유자인 박지성(33·은퇴)과 타이를 이뤘다.

손흥민은 지난 시즌 챔피언스리그에 처음 나섰지만 8경기에서 무득점에 그쳤다. 하지만 이번 시즌엔 2경기 연속 골을 넣은 데다 팀의 본선 진출까지 이끌어 유럽 무대에 자신의 존재감을 널리 알리고 있다. 손흥민은 이번 시즌 독일축구협회(DFB) 포칼컵과 챔피언스리그에서 총 3골을 기록 중이다.

왼쪽 측면 공격수로 나선 손흥민은 전반 2분 상대 수비수의 실책을 놓치지 않고 공을 빼앗았다. 이어 최전방 공격수 슈테판 키슬링과 2대 1 패스를 주고받아 페널티지역 왼쪽에서 왼발 슈팅으로 골문을 열었다.

레버쿠젠은 전반 7분 하칸 칼하노글루의 추가골, 전반 31분 슈테판 키슬링의 페널티킥 골과 후반 21분 쐐기골을 더해 완승을 거뒀다. 1차전에서 3대 2 승리를 거둔 레버쿠젠은 1, 2차전 합계 7대 2로 본선 진출에 성공했다.

◇위력 발휘한 스위칭 플레이=손흥민은 동료들과 활발한 스위칭 플레이를 펼치며 코펜하겐 수비수들을 괴롭혔다. 스위칭 플레이는 선수들끼리 끊임없이 포지션을 바꾸는 전술이다. 이 전술은 전방 플레이메이커나 공격수의 ‘탈압박’을 위해 만들어졌다. 스위칭 플레이는 탈압박을 넘어 상대 수비진을 교란시켜 순식간에 무너뜨리기 때문에 가공할 위력을 발휘한다.

사미 히피아 전 레버쿠젠 감독은 지난 시즌 4-3-3 포메이션을 구사했다. 공격 대신 수비에 중심을 둔 것. 지난 시즌 주로 왼쪽 측면 공격수로 뛴 손흥민은 4-3-3 포메이션에서 움직임에 제한을 많이 받았다. 하지만 이번 시즌 로저 슈미트 감독이 부임하면서 손흥민의 포지셔닝에 변화가 생겼다. 지난 4월부터 레버쿠젠의 지휘봉을 잡은 슈미트 감독은 공격적인 4-2-3-1 포메이션을 구사한다. 손흥민은 이 포메이션에서 ‘3’의 왼쪽에서 뛰는데 경기 중 실제로는 자유롭게 중앙으로 많이 들어와 활동하는 ‘프리롤’ 역할을 하고 있다.

손흥민은 2선의 하칸 칼하노글루와 카림 벨라라비와의 스위칭 플레이 호흡이 좋은 편이다. 두 선수와의 호흡이 이대로 척척 들어맞는다면 손흥민의 득점 행진은 순탄할 전망이다.

손흥민은 30일 독일 레버쿠젠의 바이아레나에서 열리는 헤르타 베를린과의 2014∼2015 분데스리가 2라운드 홈경기에서 정규리그 첫 골 사냥에 나선다.

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