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은 주요 언론사별로 국장급 담당자를 두고 있다. 이들은 민감한 보도가 나가거나 국세청장 인사청문회 등 언론의 협조가 필요할 때 담당 언론사를 찾아 도움을 요청한다. 물론 보도내용이 사실과 다르거나 해명이 필요하면 국세청도 언론사에 반론을 제기하고 정정보도를 요구할 수 있다. 하지만 국세청의 언론사 담당자는 그런 차원을 넘어선다. 때론 무리한 부탁을 하기도 한다. 그래서 국민의 알권리를 위해 존재하는 언론에 지나치게 간섭한다는 인상을 준다. 언론사 관할 세무서가 나서는 것도 불편하기는 마찬가지다. 공식적인 언론창구인 대변인을 통하면 될 일이다.
지난 18일 임환수 국세청장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한 야당 의원이 “국세청이 권력기관인가”라고 묻자 임 청장은 “아니다”고 답했다. 하지만 과연 일반 국민들도 그렇게 생각할까.
보통의 상식을 가진 국민이라면 국세청을 국가정보원, 검찰, 경찰과 함께 4대 권력기관으로 꼽는데 이의를 제기하지 않을 것이다. 이들 기관장이 국무위원이 아닌데도 인사청문회 대상에 포함된 것은 대표적 권력기관이기 때문일 것이다. 힘 센 권력기관일수록 견제와 감시는 필수적이다. 국민이 위임한 권력을 남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국세청의 과도한 세금 부과는 국민의 재산권을 침해하고 무리한 세무조사는 기업의 자유로운 영업활동을 저해할 수 있다.
임 청장이 지난 20일 제21대 국세청장으로 취임했다. 그의 취임사엔 비장함과 결연함이 배어 있다. 그는 ‘국민이 신뢰하는 공정한 세정’을 완수하기 위해 균공애민(均貢愛民)의 자세를 강조했다. 조세를 고르게 하여 백성을 사랑하라는 뜻이다. 그러려면 힘없는 중소기업이나 영세 자영업자를 후려치기보다는 고소득 자영업자의 세금탈루와 대기업, 대자산가의 변칙상속 및 증여를 차단하는 데 힘써야 한다. 특히 공인들의 탈세는 반드시 뿌리 뽑아야 한다. 최근 3년간 25억원을 탈세해 논란이 된 배우 송혜교씨가 뒤늦게 사과했지만 국민들의 반응은 싸늘하다. 탈세를 부추기거나 방조한 세무사에 대한 징계도 강화해야 한다. 고액·상습 체납자에 대해서는 은닉재산을 끝까지 추적해 환수해야 한다.
임 청장은 본청과 지방청에서 조사국장만 여섯 차례 맡았을 정도로 자타가 공인하는 조사통이다. 세무조사는 양날의 칼이다. 잘 쓰면 부패한 곳을 도려낼 수 있는 ‘치유의 칼’이 되지만 잘못 휘두르면 상처를 낼 수 있다. 그래서 세무조사는 신중하고 적절해야 한다.
갈수록 지능화되는 탈세를 잡아내려면 국세청 직원들 스스로 전문성을 키워야 한다. 감사원도 지적했듯이 국세청이 금융정보를 포함해 그동안 축적해온 과세 인프라를 적극 활용해야 하고, 외국 정부와 역외탈세 정보 공유를 확대해야 한다.
아울러 국세청 직원들의 청렴성을 높여야 한다. 국세청 직원의 금품수수 징계 건수는 2012년 33건, 2013년 52건, 2014년 상반기 31건 등으로 계속 증가하는 추세다. 국세청 직원 수가 2만명이 넘어 어쩔 수 없다고 항변하기에 앞서 내부적으로 금품수수 관행에 철퇴를 가하는 자정 노력이 있어야 한다.
임 청장은 “국세청의 위기는 항상 고위직으로부터 왔다. 저부터 외부에 설명되지 않는 인간관계나 만남을 갖지 않겠다”고 했다. 바람직한 일이다. 임 청장이 이런 초심을 잃지 않고 솔선수범해 조직을 일신하기 바란다. 그래서 임기를 마치고 떠날 때 확연히 달라진 국세청의 모습에 국민들이 박수를 보내는 청장이 되기를 기대한다.
김재중 경제부 차장 jjkim@kmib.co.kr
[뉴스룸에서-김재중] 국세청의 불편한 진실
입력 2014-08-29 04: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