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축구가 2014 인천아시안게임에서 ‘금맥’을 뚫을 수 있을까. 이광종(50) 감독의 23세 이하 축구대표팀이 1986 서울아시안게임 이후 28년 만에 금메달을 노린다. 다음달 14일 말레이시아, 같은 달 17일 사우디아라비아, 같은 달 21일 라오스와 조별리그 3연전을 벌인다.
16강 전망은 밝다. 문제는 메달 색깔이다. 조별리그를 1위로 통과하고 16강전에서 승리해도 8강부터 일본·북한·이란을 차례로 만날 수 있다. 금메달을 탈환하고 ‘아시아 최강’의 자존심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넘어야 할 경쟁자들이다.
◇이광종의 ‘최종병기’ 윤일록=이 감독은 대표팀 최종 명단 20명을 구성하면서 공격수 김신욱(26·울산 현대)과 수비수 박주호(27·마인츠), 골키퍼 김승규(24·울산)를 ‘와일드카드’로 발탁했다. 196㎝의 장신 스트라이커인 김신욱에게 제공권을 맡기고 측면을 통해 공격의 활로를 열겠다는 구상이다. 중원과 후방을 모두 지원할 수 있는 박주호와 월드컵에서 차세대 수문장으로 합격점을 받은 김승규의 역할도 중요하다. 손흥민(22·레버쿠젠)이 대표팀에 합류하지 못한 만큼 와일드카드의 역할은 더 중요해졌다.
이 감독의 전술 퍼즐에서 나머지 조각은 17명의 어린 선수들이 완성해야 한다. 특히 공격진이 중요하다. 가장 중요한 조각은 공격수 윤일록(22·FC 서울)이다. 김신욱과 호흡을 맞추면서 직접 공격 중책을 맡을 가능성이 높다. 올 시즌 K리그에서 5득점 2도움을 올린 성장세를 감안하면 이 감독의 ‘최종병기’로 부족함이 없다. 공격을 지원할 문상윤(23·인천 유나이티드)과 후방을 방어할 김진수(22·호펜하임)도 이 감독의 퍼즐을 완성할 조각들이다.
◇‘경계대상 1호’는 사우디의 마즈라시=우리나라가 조별리그를 1위로 통과하기 위해 가장 먼저 넘어야 할 관문은 사우디아라비아다. 아시아의 판세를 흔들었던 1990년대와 비교하면 전력은 큰 폭으로 하락했지만 여전히 경계심을 늦출 수 없는 난적이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지난 1월 오만에서 열린 22세 이하(U-22) 아시안컵에서 준우승했다. 당시 전력을 구성했던 대부분의 선수들이 아시안게임에 출전한다. 해외파가 적고 와일드카드의 존재감이 미미하지만 준우승을 합작했던 조직력의 완성도가 높다.
사우디아라비아 공격진의 핵심은 모하메드 마즈라시(23·알 칼리즈)다. U-22 아시안컵에서 2골을 넣어 사우디아라비아의 공격을 이끌었던 에이스다. 요르단과의 4강전에서 결승골을 넣어 사우디아라비아에 결승 진출권을 선사했던 주인공도 마즈라시였다. 우리나라에는 경계대상 1호다.
축구변방인 아시아에서도 최약체로 분류되는 말레이시아·라오스는 경쟁자로 보기 어렵다. 라오스는 일부 해외파를 보유했지만 모두 태국 리그 소속이다. 말레이시아의 경우 대표팀 선수 전원이 국내파다. 두 팀은 우리나라와 사우디아라비아가 2차전에서 비길 경우 골 득실차에 따른 순위 결정의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진짜 승부는 8강부터=우리나라가 조별리그를 1위로 통과하면 16강에서 B조 2위를 만난다. 우즈베키스탄의 1위가 유력한 B조에서는 홍콩·방글라데시·아프가니스탄의 2위 싸움이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우즈베키스탄만 피하면 우리나라의 8강 진출은 수월하다.
고비는 8강부터다. 대진표상 C조 1위나 D조 2위를 만난다. C조에서는 오만을 제외하면 주목할 상대가 없지만 ‘죽음의 조’인 D조에는 일본·이라크가 있다. 어느 팀을 만나도 결승전과 같은 승부를 벌여야 한다. 일본은 2010 광저우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차지했다. 나카지마 소야(20·토야마 카탈러) 등 21세 이하로 새롭게 구성한 전력도 강력하다. U-22 아시안컵 4강전에서 우리나라를 1대 0으로 꺾고 우승까지 차지했던 이라크도 쉬운 상대가 아니다.
4강에서는 F조 2위와의 대결이 유력하다. 북한이나 중국 가운데 하나다. 일본·이라크와 마찬가지로 어려운 상대다. 이란의 경우 베트남·키르기스스탄과 속한 H조에서 1위가 유력한 만큼 대진표상 결승전에서 만날 수 있다. 일본이 D조를 1위로 통과하면 아시안게임 결승전 사상 첫 한·일전도 가능하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
[인천아시안게임 D-21] 남자축구 사우디 건너 日·이란 넘어라
입력 2014-08-29 04: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