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이후 대한민국이 이단·사이비 종교와 전쟁을 하는 꼴입니다. 구원파 교주 유병언의 인생은 도피와 죽음으로 끝났지만 이단과의 전쟁은 결코 끝나지 않았습니다.”
‘성경을 1000번 이상 읽으면 이단 종교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이단 교주의 빈정거림을 듣고 참을 수 없는 분노를 느꼈다는 엄상익(61) 변호사가 최근 논픽션 ‘우리시대 거짓 예언자들’(글마당)을 펴내고 9월 총회를 앞둔 교계 안팎에 경종을 울리는 메시지를 전했다.
엄 변호사는 한 세월이 훌쩍 넘는 동안 법조인으로 살아오면서 ‘대도’ 조세형과 ‘전설의 탈옥범’ 신창원 등을 변론한 인권변호사로 이단 종교에서 비롯된 각종 사건도 수없이 다뤘다. 특히 지난 20년간은 이단이라고 불리는 수많은 단체나 그 교주와 법정투쟁을 벌여 주목을 받아왔다.
무지막지한 이단 집단과의 싸움을 벌이면서 엄 변호사는 ‘그 교주는 처음부터 그랬을까’ 하는 의문을 품었다. 그는 무엇이 그 교주로 하여금 수많은 영혼을 병들게 하는 악마로 변질되게 했을까 궁금해 견딜 수 없었다고 했다. 엄 변호사는 “그들 역시 처음엔 누구보다 갈급한 영혼이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그러나 어느 순간 유다처럼 악령이 들어가 돈을 탐하고 음란에 빠지게 되는 것을 목격했다”고 밝혔다.
그는 또 “사탄이 세상의 권력과 부를 가지고 예수를 시험했듯이 많은 목회자들이 세상의 재물과 지위에 영혼이 팔리는 것을 보았고, 해마다 엄청난 수의 신학교 졸업자가 나오는데 그중에는 성도들을 우상으로 섬기면서 그들 비위를 맞추는 목회자도 없지 않았다”고 말했다.
엄 변호사는 교회와 성직자들이 소금의 본질인 짠맛을 잃지 않게 하려는 마음에서 책을 낼 계획이었다. 하지만 엄 변호사는 글을 쓰면서 혹시나 자신의 관점이 어떤 목회자를 함부로 정죄하는 죄를 범하는 게 아닌가 하는 두려움도 없지 않았다고 했다.
초고를 끝낸 지난해 여름 엄 변호사는 예수가 거닐던 중동의 광야로 떠났다. 붉은 모래밭에서 그는 성경을 묵상하면서 울부짖었다. 요단강 물에서 세례를 받은 후 성령에 이끌려 유대 광야로 갔던 그 광야, 40일 동안 금식하며 마귀의 시험을 견뎌냈던 그곳에서 그는 다시 질문을 던졌다. “예수님은 세상의 권세와 재물을 주겠다는 마귀의 유혹을 이 광야에서 물리치셨습니다. 저도 세상적인 욕망을 모두 이 유대 광야에 묻어버리고 갈 수 있겠습니까?”
사랑이 없으면 책을 쓰지 않게 해 달라고 기도했다. 한 달 동안 그곳에 머물렀다. 그런데 광야에서 돌아와 글을 시작하다가 왼쪽 손목과 발목 두 곳에 독충에 물린 사실을 알았다. “세포 안에 충(蟲)이 보입니다. 도대체 어떤 종류의 것인지 정체불명입니다. 근래에 어디 갔다 오신 적 있습니까?” 광야에 나갔다 온 적이 있다고 하자 의사는 교만한 헤롯을 죽인 바로 그 벌레일 수도 있다고 잔뜩 겁을 줬다. 일종의 중동 지방 풍토병인데 원인을 정확히 알 수 없기 때문에 치료할 수도 없다는 것이었다. 만약 균이 내장까지 침투하면 생명을 보장할 수 없다고 했다.
죽음의 공포 속에서 엄 변호사는 영하 195도의 액화질소를 상처 부위에 발라 얼음덩어리를 만들어 살을 뜯어내는 고통을 견뎠다. 대신 엄지와 검지를 이은 동그라미 크기만한, 십자가의 못 자국 같은 흉터가 엄 변호사의 손·발목에 찍혔다.
기약 없는 투병 중 6개월 만에 천만다행으로 건강을 회복한 엄 변호사는 이 책을 출간해야 할지 잠시 고민에 빠졌다가 다시 용기를 냈다. “생명수를 얻으러 간 수많은 메마른 영혼들이 마귀에 속아 파멸되는 모습들을 드러내라고 하시는 것 같았어요.” 엄 변호사는 또 “기성 교회나 교단이 하나님 앞에서 어떤 모습인가 어떻게 가야 할 것인가를 가장 낮은 평신도의 눈으로 본 걸 알리라고 하는 것 같았다”고 밝혔다.
엄 변호사는 “이 책을 소설 형식으로 썼지만 진실을 피로 찍어 쓰려고 노력했다”면서 “이단이 극성을 부리는 현대를 살아가는 크리스천들에게 반면교사로서의 가이드북이 됐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윤중식 기자 yunjs@kmib.co.kr
[얼굴] 이단 교주는 처음부터 그랬을까 무엇이 수많은 영혼 병들게 할까
입력 2014-08-30 03: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