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창원시 마산합포구 진동면 덕곡천에서 집중호우로 불어난 물에 휩쓸려가던 71번 시내버스의 내부 상황이 담긴 블랙박스 영상이 공개됐다.
경남경찰청이 27일 공개한 38초 분량의 블랙박스 영상에는 침수된 농로를 지나던 버스가 급류에 휩쓸려 하천에 빠진 뒤 떠내려가다가 교각에 부딪히는 아찔한 순간까지의 모습이 담겨 있다.
내부 출입문과 승객석, 외부 전방과 측면을 비추는 블랙박스 4대를 복원한 이 영상에는 지난 25일 오후 2시46분51초부터 2시47분29초까지의 모습이 담겨 있고, 버스가 침수된 이후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영상 속 2시47분4초 버스에 한 차례 충격이 왔고 버스 손잡이와 화면이 흔들렸다. 이어 버스는 2시47분12초부터 하천으로 빠진 듯 동력을 잃고 급류에 휩쓸렸다.
위험을 느낀 승객들이 자리에서 일어나 운전석 쪽으로 몰려나왔고, 2시47분24초 운전기사 정모(55)씨는 앞 출입문을 개방했다. 하지만 이미 바깥에 물이 높이 차올라 승객들은 탈출하지 못했다. 영상 속에는 당시 승객들이 버스에서 탈출하기 위해 출입문 쪽으로 모인 모습 등이 보여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한 번 열린 출입문은 바깥의 거센 물살 때문에 닫히지도, 활짝 열리지도 않은 채 힘없이 움직이는 모습도 포착됐다.
승객들이 탈출을 시도한 직후인 2시47분27초에는 앞서 10초쯤부터 버스 뒤쪽에서 서서히 들어차던 흙탕물이 갑자기 확 밀려들어오는 모습이 생생히 찍혔다. 영상은 2초 뒤 교각에 부딪힌 듯 흔들리며 끊겼다. 급류에 휩쓸린 지 17초 만에 교각에 충돌한 버스는 그 직후 옆으로 기울면서 불어난 하천에 그대로 잠긴 것으로 추정된다. 이 사고로 탑승객 7명 가운데 6명이 숨진 채 발견됐고 1명은 아직 실종 상태다.
경찰은 “오후 2시47분30초 이후 영상은 사고로 완전히 침수된 탓인지 아예 촬영되지 않았다”며 “그 이전 블랙박스 영상에 대해서는 복원 작업을 계속하고 있으며 폭우 속에 운행을 강행한 버스 업체 측 책임은 없는지 수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시내버스 사고 사망자인 안모(19)양 등 5명의 유족은 이날 오후 사고 현장 인근에 설치된 합동대책반 인근에 모여 대책위원회를 구성했다.
이들은 버스 업체 관계자 등을 철저히 수사해 사고 경위를 규명해 달라고 경찰에 촉구했다. 이들은 폭우 속에도 버스가 운행을 강행한 점을 감안하면 이번 사고가 단순 천재지변이 아닌 인재라는 입장이다. 일부 유족은 사고의 책임 소재를 분명히 가릴 때까지 장례 절차를 당분간 연기하는 방안도 고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창원=이영재 기자 yj3119@kmib.co.kr
경찰, 창원 버스 블랙박스 영상 공개… 급류에 휩쓸린 뒤 17초 만에 교각 충돌
입력 2014-08-28 04: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