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한, 북한이 아니라 한반도 전체를 생각하면서 중심도시를 상상해본 적이 있는가? 당연히 서울인가? 아니면 평양? 서울과 평양을 연결한 메가시티는 어떤가? 그게 된다면 한반도의 중심도시 정도가 아니라 동북아시아의 중심도시가 될만하지 않을까?
‘서울 평양 메가시티’라는 책이 나왔다. 이 대담한 구상의 주인공이 누구인가 책을 들춰보니 뜻밖에도 회사원이다. 국내 한 대기업의 부장 민경태(45)씨.
“서울과 평양의 거리는 200㎞에 불과한데, 지금 중국에서는 시속 300㎞가 되는 고속철이 개발되고 있다. 서울과 평양이 1시간 생활권이 될 수 있다는 말이다. 요즘 ‘네트워크 도시’라는 개념도 주목받고 있는데, 교통, 통신 등 도시 간 네트워크만 잘 되면 하나의 경제권역으로 작동할 수 있다는 것이다.”
민씨는 책에서 서울-평양 메가시티 모델을 상당히 구체적으로 펼쳐놓았다. 여기에는 대학에서 건축과 도시설계를 전공했고, 영국에서 경영학을 공부했으며, 북한대학원대학교에서 북한학 박사 학위를 취득한 학문적 배경, 그리고 대기업에서 미래기술과 IT기업에 대한 투자를 담당했고, 벤처기업을 창업한 직업적 이력 등이 작용했다.
남북 경제협력과 관련한 기존 논의에서 평양이 중심이 된 적은 없었다. 지금까지는 신의주, 나진·선봉, 금강산, 개성 등 북한 땅의 네 귀퉁이가 경제협력이나 관광개발의 대상으로 여겨져 왔다. 평양이라는 북한의 중심도시를 놓고 경제협력이나 통일구상을 전개한 것이야말로 이 책의 두드러진 특징이다. 민씨는 “남북협력은 서울과 평양을 연결하는 축선 상에서 진행돼야 효과가 가장 크다”면서 “이 지역에 한반도 전체 인구의 50% 이상이 거주하고, 주요 산업이 밀집돼 있다”고 말했다.
현실성은 있는 것일까? 그는 홍콩-광둥성 경제협력 모델을 예로 들었다. 오마에 겐이치의 책 ‘국가의 종말’에 언급된 사례이기도 하다.
“홍콩과 광둥성을 포함하는 주장(珠江)삼각주지역이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홍콩이 자본주의를 하고 중국이 사회주의를 하던 시절부터 홍콩과 선전(深川)의 경제협력이 시작됐고, 이후 광둥성 전체 지역으로 확대되면서 세계적인 광역경제권으로 발전했다.”
그는 “서울-개성 간 경제협력이 이미 진행 중이고 상당히 만족스런 결과를 낳고 있다”며 “이 모델을 서울, 인천, 개성, 해주, 평양, 남포를 포괄하는 광역경제권으로 확대, 발전시켜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자신의 책을 미래학과 북한학을 결합한 ‘북한미래학’이라고 설명한다.
“기업에서 투자를 오래 담당했기 때문에 미래학이나 미래 전망, 트렌드에 관심이 많은데, 한반도의 미래와 관련해 북한이 가장 큰 변수라고 보고 있다. 북한을 같이 끌어들여서 한국의 미래를 구상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통일대박’을 언급한 것은 매우 중요하다는 게 그의 평가다. 그는 “경제가 정체돼 있고 기업들이 투자처를 찾지 못하는 상황에서 대통령이 통일의 경제적 잠재력을 얘기하고 통일준비위원회를 만드는 건 긍정적”이라며 “다만 지금 문제는 남과 북이 서로 감정이 상해 있다는 것인데, 우선 인도적 대북지원부터 과감하게 풀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회사원 민씨는 주말 강좌와 사이버 강의를 통해 7년 만에 박사학위 논문을 완성했고, 다시 2년의 시간을 들여 논문을 책으로 풀어냈다. 건축과 학생 시절엔 졸업작품으로 통일 후 만들어질 경의선 장단역사를 설계하기도 했다.
김남중 기자 njkim@kmib.co.kr
[책과 길] “한반도 전체 중심도시 상상해보셨나요”
입력 2014-08-29 04: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