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에 잡히는 책] 사악한, 그러나 가장 성공했던 日 원자력 광고

입력 2014-08-29 03:23

“당신의 몸에서도 방사선이 나옵니다.” “가을 밤, 원자력 불빛으로 책을 읽고 있다.” “인류는 태곳적부터 방사선과 공존해왔다.” 지난 40년간 일본 정부와 전력회사가 국민들을 상대로 ‘원자력 안전신화’를 세뇌시키기 위해 제작한 수많은 광고 속 카피들이다. 일본의 광고대행사 등에서 일한 저자는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이런 광고가 왜 사라졌는지 집중 분석했다.

‘위험하고 사악한, 그러나 가장 성공했던 광고 전략’이라는 부제가 붙은 이 책은 신문에 실리거나 TV에 방송된 광고 250편을 그대로 담았다. 정부와 전력회사는 광고를 통해 ‘원자력은 값싸고 깨끗하고 안전하며, 천연자원이 없는 일본에 반드시 필요한 에너지’라는 내용을 국민들에게 반복 주입했다. 이를 위해 국민들이 내는 전기요금을 광고비에 쏟아 부었다.

최대 광고주가 된 전력회사는 광고를 빌미로 미디어를 장악하고, 광고기획사 역시 언론에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했다. 1970년대 광고는 전문가의 조언을 구하고, 80년대는 연예인을 내세우고, 90년대는 각종 심포지엄을 열고, 2000년대는 연예인과 전문가를 함께 등장시켰다. ‘원자력산업 수출 대국’ ‘원자력 우등생’을 자처하는 한국의 현실은 어떤가. 크게 다르지 않다. 지비원 옮김.

이광형 선임기자 g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