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순환출자 10년간 왜곡·은폐 의혹… 삼성·롯데 허위보고

입력 2014-08-28 03:13

대기업의 허위 자료 제출과 공정거래위원회의 검증 실패로 지난 10여년간 대기업의 불합리한 소유지배구조인 순환출자 구조 실태가 왜곡돼 온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공정위가 지난해 롯데와 삼성그룹의 순환출자 구조 고리 현황을 축소 발표함에 따라 당시 논의 중이던 순환출자 구조 개선 법안이 기존의 출자 상황을 제외하고 신규 순환출자 구조만 금지하는 것으로 결론나는 데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이다.

공정위는 27일 ‘2014년 대기업집단 순환출자 현황 정보공개’를 발표하면서 지난해 6월 발표한 순환출자 현황에 오류가 있었다고 실토했다. 순환출자란 같은 대기업집단 소속 A기업이 B기업에 출자하고, B기업이 다시 C기업에 출자하는 방식으로 A기업을 소유한 총수 일가가 B기업과 C기업까지 지배하는 구조다. 삼성과 현대자동차 등 국내 대표적 그룹 총수들은 이 방식을 통해 적은 지분으로 전체 그룹의 경영권을 유지하고 있으며 불합리한 소유지배구조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공정위는 지난달 25일부터 신규순환출자금지법이 시행됨에 따라 기존 순환출자 고리를 정밀 검증했다. 이 과정에서 지난해 삼성과 롯데그룹이 순환출자 고리 현황을 대폭 축소한 자료를 제출한 것을 확인했다. 삼성의 경우 지난해 6월 공정위에 지분율 1% 이상 순환출자 고리는 16개라고 보고했지만 이번 검증 결과 30개였음이 밝혀졌다. 롯데 역시 지난해는 51개로 파악됐지만 오류 수정 결과 5851개나 됐다.

공정위는 두 그룹이 고의성을 갖고 허위 자료를 제출했는지 확인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또 지난해까지 기업들의 관련 자료 제출이 법적 의무사항이 아니었기 때문에 허위 보고에 대한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두 그룹 역시 고의성이 없는 단순한 실무자 실수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총수 일가의 그룹 장악을 위해 순환출자를 형성한 장본인인 그룹들이 지배구조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경실련 김한기 경제정책팀장은 “두 그룹이 지난해 경제민주화 입법 과정에서 여론의 비판을 피하기 위해 허위 보고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며 “이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발표한 공정위도 직무유기를 저지른 셈”이라고 비판했다.

공정위가 정확한 순환출자 고리 수를 밝힌 것은 지난해가 처음이었지만 2005년부터 순환출자 현황을 발표해 왔다. 공정위는 인력 부족 등을 이유로 그동안 기업들이 제출한 자료를 제대로 검토하지 않고 국민들에게 전달했다. 결국 그동안 총수 일가 지배력 확대를 위한 대기업의 순환출자 현황이 실제보다 크게 축소돼 알려져 온 것이다.

세종=이성규 윤성민 기자 zhibag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