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7일 발표한 ‘사적연금 활성화 대책’은 근로자들의 은퇴 후 소득을 안정적으로 보장해 노년기 빈곤층 전락을 막겠다는 의지가 담겨있다. 이번 대책을 통해 퇴직하자마자 또는 중간정산으로 한꺼번에 수령해 흐지부지 써버리는 병폐를 없애고 퇴직급여의 본래 기능인 연금화를 유도해 노후 소득원을 확보토록 하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이를 위해 기업의 퇴직연금 가입을 단계적으로 의무화하면서 세제혜택이나 재정지원 등의 인센티브를 주기로 했다. 2016년 300인 이상 사업장을 시작으로 2022년까지 퇴직연금 전환을 전 사업장에 확대하면서 기존 근로기간에 대한 퇴직금은 제외할 수 있도록 하고 제도전환 이후 적립분부터 의무적으로 적용키로 했다. 30인 미만 영세 사업장 사업주의 경우 퇴직급여 적립금의 10%와 자산운용수수료(4%)의 절반을 재정으로 3년간 지원할 방침이다. 기업 부담을 최소화하고 연금 가입을 준비할 수 있는 여력을 갖게 한 것이다.
신설 사업장의 경우 지금까지는 설립 1년 내 퇴직연금제도를 도입하지 않아도 퇴직금 제도를 설정한 것으로 간주해 제재하지 않았지만 앞으로는 과태료가 부과된다.
퇴직연금 가입 확대를 위해 근속기간 1년 미만 근로자도 일정기간 이상 근무하면 퇴직급여 가입 대상에 포함시키기로 했다. 정부는 100만명 정도가 해당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1개월 단위로 고용계약을 연장하는 아르바이트생들도 퇴직급여를 받을 수 있는 쪽으로 논의가 진행 중이다.
정부는 퇴직연금을 장기간 보유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마련했다. 개인연금을 장기간 유지하는 가입자들이 운용수수료를 할인받을 수 있도록 추진하고, 금융업계를 중심으로 올해 안에 퇴직연금을 담보로 대출받을 수 있는 상품을 개발키로 했다.
퇴직연금 의무가입이 정부안처럼 확대될 경우 퇴직연금 시장도 크게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는 퇴직연급 도입 사업장이 현재 25만곳 정도에서 2020년 말에는 배로 늘어나고, 연금 규모도 같은 기간 84조원에서 170조원까지 늘어날 것으로 추정했다.
엄격했던 자산운용규제도 상당부분 풀렸다. 확정기여형(DC)과 개인형 퇴직연금계좌(IRP)의 총 위험자산 보유한도는 40%에서 70%로 상향 조정하고 운용방법을 네거티브 규제로 전환하는 식이다.
정부가 이런 대책을 발표한 데에는 국내 노인 빈곤율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는 점이 배경으로 작용했다. 국내 노인 빈곤율은 2011년 기준 48.5%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11.6%에 비해 크게 높다. 가계 자산이 부동산 등 실물자산 위주로 구성돼 있어 안정적인 노후 소득을 만들기도 어렵다. 이런 상황에서 공적연금인 국민연금의 소득대체율은 40년 가입 기준으로 47%에 불과하다. 사적연금의 필요성이 제기된 이유다.
그러나 퇴직연금 도입률은 2012년 기준 16%에 그친다. 특히 전체 사업체 중 90% 가까이 차지하는 10인 미만 영세 사업장의 경우엔 11%에 불과하다. 이마저도 연금(8%)보다 일시금(92%)을 선호해 실제 노후자산 활용도는 저조하다.
정부는 이번 대책으로 국민연금의 낮은 소득대체율을 어느 정도 극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정은보 기획재정부 차관보는 “국민연금의 소득대체율이 40%대인 상황에서 선진국의 노후소득 보장률인 70%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개인연금과 퇴직연금을 통해 20∼30% 수준의 노후소득 보장이 이뤄지도록 하는 것이 목표”라고 설명했다.
세종=이용상 기자 sotong203@kmib.co.kr
정부 “노후안전판 마련 부축”… 기업·근로자에 인센티브
입력 2014-08-28 04: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