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영록 KB금융지주 회장과 이건호 국민은행장에 대한 금융감독원의 경징계로 수습 국면을 맞았던 KB금융의 집안싸움이 다시 점화됐다. 은행 측이 주 전산기 교체와 관련된 금융지주 임원 등을 검찰에 고발했기 때문이다. KB금융지주는 은행 측 반격에 허를 찔렸다며 당황하는 분위기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은행은 전날 KB금융지주 최고정보책임자(CIO)인 김재열 전무와 문윤호 KB금융지주 IT기획부장, 국민은행 IT본부장인 조근철 상무 등 3명을 업무방해죄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은행 측은 이들이 지난 4월 이사회를 통과한 전산시스템 교체 안건과 관련해 기존 IBM 시스템을 교체할 유닉스의 잠재적인 위험 요인을 알고도 이를 이사회 보고서에 고의로 누락시켰다고 보고 있다. 지난 21일 열린 금감원 제재심의위원회에서 이런 사실이 밝혀지면서 3명 모두 중징계(문책경고)를 받았지만 검찰 고발로 사법 책임까지 묻겠다는 것이다.
국민은행은 고발장에서 “유닉스 시스템이 성능 시험에서 1700회나 시스템이 다운되는 등 명백히 성능 시험을 통과하지 못했음에도 여러 가지 환경을 조작하고 시스템이 다운될 사실을 은폐했다”며 “리호스팅 방식의 유닉스 전환이 계속 진행됐을 경우 은행 추산으로 2조2500억원의 재무 손실이 발생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 행장은 그러나 “이번 고발은 임 회장과의 갈등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고, 임 회장과의 갈등도 존재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KB금융지주는 이번 검찰 고발이 가져올 파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지주 관계자는 “지난 22일 KB금융그룹 전 임원들이 1박2일간 템플스테이를 통해 새로운 마음으로 다시 출발하자며 힘찬 결의를 다진 지 며칠 되지도 않아 이런 상황이 발생해 당혹스럽다”며 “이 행장의 의중을 알 수 없는 데다 맞고소할 수도 없어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김재중 기자 jjkim@kmib.co.kr
[비즈카페] KB 내홍 2R… 은행측, 전산기 교체 관련 임원들 고발
입력 2014-08-28 03: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