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과 하마스가 26일(현지시간) 교전 50일 만에 무기한 휴전에 합의하면서 최악의 유혈사태는 일단 봉합됐다. 하지만 추가협상 과정에서 핵심 쟁점을 놓고 양측의 치열한 힘겨루기가 예상돼 항구적인 휴전에 이르는 길은 험난할 전망이다.
휴전을 중재한 이집트 외무부는 성명을 통해 “26일 오후 7시(그리니치 표준시 기준 16시)를 기해 휴전이 공식 발효되며 무력 사용을 중단하고 가자지구 국경을 개방해 인도주의적 지원과 재건을 위한 물품, 자재 반입을 허용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어 양측이 한 달 안에 나머지 쟁점들에 대한 간접 협상에 나선다고 덧붙였다. AFP통신은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연안의 어로작업을 6해리 바다까지 허용키로 했다고 전했다.
하마스와 가자지구 주민들은 봉쇄조치 완화와 조업구역 확대 등을 얻어낸 데 대해 “저항의 승리, 가자의 승리”라며 축하 분위기를 만끽했다. 교전 발생 이후 하마스 고위 인사로는 처음으로 마흐무드 자하르가 대중 앞에 나서 연설하기도 했다. 이스라엘 측은 대조적으로 “이번 휴전이 계속 굳어지기를 희망한다”며 절제된 반응을 보였다. 가자지구 내 무장세력을 몰아내지 못했다는 자국 내부 비판에 직면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스라엘 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추가협상에서는 하마스의 가자지구 봉쇄 해제 요구와 이스라엘의 하마스 무장 해제 요구 등 양측의 핵심 주장에 대한 구체적인 사안을 다루게 된다. 가자지구 무장단체 ‘이슬라믹 지하드’의 고위 관계자인 지아드 나칼라 역시 하마스 측의 가자지구 공항과 항구 건설 요구 등이 협상에서 논의될 것이라고 전했다.
이번 휴전은 무력행사 중단을 선언하고 가자지구 내 물자 반입을 허용했을 뿐 아니라 기한을 명시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2012년 ‘8일 교전’ 당시의 휴전안과 비슷한 수준이라는 평가가 대체적이다. 그러나 그동안 접점을 찾지 못했던 핵심 쟁점에 대해서는 합의를 개시하겠다는 수준의 원론적 언급에 그쳤다. 추후 협상 결과에 따라 언제든 교전이 재점화될 수 있다는 점은 불안요소다. 국제사회의 환영입장에 우려와 기대가 교차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은 “휴전 돌입을 강력히 지지한다”면서도 “(이번 휴전은) 확정된 사안이라기보다는 기회이며 이제 (평화 정착을 위한) 다음 단계로 접어들고 있다”고 신중한 전망을 내놨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역시 성명을 통해 “휴전 합의가 영구적 평화를 위한 정치적 과정의 서막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건희 기자 moderato@kmib.co.kr
불안한 가자 휴전… ‘협상 전쟁’ 돌입
입력 2014-08-28 03:15